[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노조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동양·ABL생명 노조가 고용보장과 보상 패키지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 절차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에 대해서 현재 금융위 안건소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사옥의 모습 (자료=연합뉴스)

금융위는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와 결정 시기 등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는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는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10일 두 차례에 걸쳐 안건소위에서 우리금융의 사업계획과 내부통제 및 재무비율 개선 계획 등을 살펴봤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 결과 3등급을 받았지만 당국의 지적사항을 반영한 경영 개선방안을 제출했고 금융당국도 일정 요건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이 된 요인들을 보고 요건을 다시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이나 조처가 있느냐 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거기에 따라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우리금융은 자산 50조원 규모의 보험업계 6위권 생보사를 자회사로 갖게 된다. 그간 은행 부문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금리 변동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보험업 수익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동양·ABL생명 노조와의 고용승계 및 단체협약 승계 등 협상은 또 다른 장벽이다.

양 보험사 노조는 우리금융의 인수가 결정된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승계 ▲노사 합의사항 승계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우리금융을 향해 “노동자들의 고용과 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항은 공개돼야 하고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우리금융이 수차례의 대화 요청과 고용보장 요구를 외면했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측은 "우리금융은 양사 노조의 대화요구에 소위 ‘읽씹’으로 대응하면서 뒤로는 당장 인수가 마무리될 것처럼 양사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요구가 보장된 책임감 있는 인수 승인 검토가 없다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동양생명·ABL생명지부 소속 직원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앞서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사례를 떠올린다. 당시 노조는 고용보장과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며 사옥 점거, 집단행동 등 강경 투쟁을 벌였고 결국 메리츠는 인수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MG손보는 청산 위기에 내몰렸다.

우리금융 측은 아직 인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고용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증권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한국포스증권과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포스증권 직원 100여명의 고용을 보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