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채용이 대세'..톱10 증권사 절반 "하반기 공채 없어"

미래에셋·KB·하나금투·메리츠·대신증권 등 진행 안해
신한금투는 채용 중, 한투·삼성·NH투자·키움은 진행 예정
"내년에는 상황 바뀔 수도"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9.10 11:26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증권업계에서 공개채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필요할 때 인력을 충원하는 수시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공채를 통해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자기자본 상위 10개 대형증권사 중 5곳이 공채를 따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5곳이다. 대부분 이미 상반기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모집했거나 상시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 곳들이다.

반면 하반기 공채를 이미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인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다섯 곳이다.

이 중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이미 서류전형과 AI(인공지능) 면접이 끝낸 상태로 지원자들은 다음단계인 실무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실무면접을 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현재 서류접수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8일까지, 삼성증권은 13일까지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NH투자증권은 아직 모집공고를 내지 않았지만 조만간 공고를 내고 범농협그룹에서 전체적으로 하반기 공채를 뽑을 예정이다. 시기는 9월 말에서 10월 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공채 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곳도 있다. 키움증권은 각 부서별로 필요 인원을 모집해 채용 공고를 하는데 아직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부서별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공고를 내지 못했다”며 “향후 계획이 확정되면 채용 접수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픽사베이]

이처럼 예측과 달리 상당수 증권사들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는 ▲효율성과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공고를 내고 여러 전형을 통해 인원을 선발하는 공채와 달리 수시채용은 경력직을 뽑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공채를 뽑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가르쳐야 하는 반면 경력직은 일하는 무대만 바뀌었을 뿐 하는 일은 거의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증권사들이 시도하는 방법이 ‘전환형 인턴’이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환형 인턴 전형을 이미 진행한 상태다. 따라서 하반기 실무를 경험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될 인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로 증권사들이 몸집을 줄이려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금리 인상과 주가 조정으로 피로감을 느낀 상당수 투자자들이 주식 장을 떠나며 거래대금이 줄고 있는데 이 때문에 2분기 증권업계 실적이 피크였다는 분석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실적 감소 우려에 앞서 선제적인 대응을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증권사 취업준비생 A씨는 “요새 자격증보다 중요한 게 인턴 경험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하반기 공채 대신 전환형 인턴을 뽑는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경력직은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준비생 B씨는 “나이는 들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공채를 서서히 줄이고 있어 상당히 불안하다”며 “지금까지 인턴 경험보다는 자격증을 따는 것에 집중했었는데 지금부터라도 인턴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계속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채용시장이라는 게 매년, 매분기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년에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 공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년에는 다시 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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