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역대급 호황 증권사 자기자본 지각변동..상위 10곳 ‘견고’·중형사 ‘치열’

대형, 메리츠증권 한 곳만 변동..11~20위권 중 8곳 바뀌어 '대조'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8.24 11:57 | 최종 수정 2022.01.14 17:08 의견 0
24일 당분간 국내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보다 자기자본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역대급 호황을 맞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상위 1~10위에 해당하는 대형 증권사들의 순위는 견고한 반면 11~20위권을 형성하는 중형사들의 순위는 치열해 눈길이 쏠린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순위 11~20위 증권사는 유안타증권(1조4910억원), 한화투자증권(1조4878억원), 교보증권(1조3397억원), 신영증권(1조2868억원), 하이투자증권(1조1341억원), 현대차증권(1조1183억원), IBK투자증권(9827억원), 유진투자증권(9276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8624억원), DB금융투자(8016억원) 순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순위는 상당 부분 바뀌었다. 지난해 말에는 유안타증권(1조3565억원), 교보증권(1조2647억원), 한화투자증권(1조2499억원), 신영증권(1조2394억원), 현대차증권(1조653억원), 하이투자증권(1조539억원), IBK투자증권(7505억원), DB금융투자(7496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7410억원) 순이었다.

반면 대형사는 견고한 순위를 이어갔다.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9조3897억원)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NH투자증권(5조9145억원, 한국투자증권(5조8831억원), 삼성증권(5조5511억원), KB증권(5조2907억원), 하나금융투자(5조580억원), 신한금융투자(4조9668억원, 메리츠증권(4조7041억원), 키움증권(3조3837억원), 대신증권(1조9345억원)이 다음에 위치했다.

여기서 눈에 띈 점은 대형사에 비해 중형사의 자기자본 순위 변경이 크다는 점과 중형사 전체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올라갔다는 점 등 두 가지였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메리츠증권(6위→8위)만 두 계단 미끄러진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형사는 12위 교보증권과 13위 한화투자증권, 15위 현대차증권과 16위 하이투자증권, 17위 IBK투자증권과 18위 유진투자증권, 19위 DB금융투자와 20위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순위가 각각 뒤바뀌었다.

이는 중형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대형사에 비해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모가 작은 만큼 이윤을 조금만 잘 내도 순위 변동이 가능한데 올해 상반기에는 대부분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내 순위 변동이 치열해진 것이다.

자기자본이 전체적으로 상향된 점도 눈에 띄었다. 특히 지난해 말 20위였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410억원이었는데 올해 20위인 DB금융투자는 이보다 8.1% 증가한 801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증권사들이 이윤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계속 쌓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은 자본금과 그 동안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며 벌어들인 돈의 합인데 증권업계가 지난해와 올해 호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에 의문점을 갖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설명 가능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기자본 3조원대 증권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어 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늘어나게 된다”며 “자기 몸집의 두 배까지 늘려 돈을 빌려준다는 건 그만큼 이자수익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적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또 4조원대 증권사는 초대형IB(투자은행)로 지정돼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는 키움증권이 44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처럼 증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흔한 상황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행했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보다 이윤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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