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증권업계 호황으로 국내 증권사 전체 임직원 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계약직 수가 크게 늘어 눈길을 끈다. 올해 상반기에는 사상 최초로 계약직 수가 1만명을 넘는 등 전체 직원(3만8248명) 중 계약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7.1%에 달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투협에 등록된 61개 증권사 계약직원 수는 총 1만403명이다.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9209명) 대비 12.9%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계약직 9000명 시대를 연 뒤 1년 3개월 만에 다시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증권사 전체 임직원 수 증가 추이와 비교해봐도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사 전체 직원 수는 3만8248명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3만6999명) 대비 3.3% 늘어난 수치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를 기준으로 보면 하나금융투자가 948명의 계약직 직원을 보유해 올해 상반기 기준 계약직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곳으로 뽑혔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9월 첫 900명을 넘긴 뒤 꾸준히 9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898명과 계약 중인 메리츠증권으로 지난해 3월(911명) 이후 900명 재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이 885명, NH투자증권 763명, KB증권 728명, 신한금융투자 586명, 미래에셋증권 575명, 대신증권 524명, 삼성증권이 406명의 계약직원을 보유하고 있어 그 뒤를 이었다.
자기자본 20위 이내 중소형사 중에서는 유진투자증권이 294명으로 제일 많았고 하이투자증권 275명, IBK투자증권 268명, 현대차증권 263명, 유안타증권 245명, 이베스트투자증권 222명, 교보증권 164명, 한화투자증권 154명, DB금융투자 87명, 신영증권 15명 순이었다.
반면 정규직 수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투협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1개 증권사 전체 정규직 수는 2만6496명이다. 2016년 3월 2만7000명대에서 같은 해 6월 2만6000명대로 내려온 뒤 꾸준히 2만6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본사·지점의 계약직 영업직군 채용 증가’에서 찾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상당수 증권사에서는 본사와 지점의 영업직원이 늘어났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A증권사 관계자는 “타 증권사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본사 지점과 영업지점의 영업직원들을 대거 늘렸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본사 지점 기업금융(IB) 파트 직원들을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확인 결과 다른 직군보다도 영업직군 직원들이 크게 늘었다”며 “향후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수수료 이득 하락이 예상돼 다른 곳에서 경쟁력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양한 직군을 채용했다고 밝힌 증권사도 있었다.
C증권사 관계자는 “물론 영업직 직원들을 많이 뽑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금융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서 등 다양한 직군의 채용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특성상 영업업무를 주로 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라며 “이는 ‘증권업계가 악덕하다’라기보다는 영업직군 계약 자체가 기본급이 낮은 대신 성과를 낼수록 인센티브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영업직원들은 대부분 회사 이름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직도 잦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지어 팀 단위로 회사를 옮기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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