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이혼] #11 이혼을 대하는 그들의 착각

고형석 변호사 승인 2021.08.09 08:23 의견 0

남자를 위한 이혼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의 칼럼 '남자의 이혼'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

[법무법인 센트로=고형석 변호사] “재산분할은 남편 재산의 반은 받아야겠어요”, “재산분할로 떼어줄 돈은 5억으로 맞춰주세요.”

이는 필자가 이혼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로서 의뢰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되묻고 싶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이혼을 협의 단계가 넘어 재판으로 진행하게 되었을 때는 합의를 할 수 있는 당사자들의 자치적인 약속보다 이제는 법률·판례·담당 재판장의 판결까지 제3자의 객관적인 개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혼이라는 사정 하에 부부 사이에서는 부부만이 알 수 있는 진실과 그에 대한 다툼이 법원의 판단을 받아 결론에 이르게 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혼소송을 하는 당사자들은 여전히 법원에서도 객관적인 판단보다 감정을 앞세우고는 물건 흥정하듯 이혼과 재산분할의 조건을 내세우고, 이를 고수한다.

이런 경향은 전업주부 혹은 부부공동의 재산에 대한 기여도 낮은 측에서 두드러진다. 실제 “재산분할은 남편 재산의 반은 받아야겠어요”, “재산분할로 떼어줄 돈은 5억으로 맞춰주세요” 등의 모습이다.

이혼 소송을 전담하는 변호사로서는 이러한 수준에 맞춘 전자상가식의 응대 욕구가 일어난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이혼과 재산분할도 엄연한 법원의 재판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규정하는 재판상 이혼은 가사소송사건,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규정하는 위자료 청구는 가사소송사건,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항 나목이 규정하는 재산분할청구는 가사비송사건 등 이름과 법 조항은 복잡하지만 이혼과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는 엄연히 법원의 재판을 통해 이루어진다.

협의이혼의 가능성이 없거나, 협의에 실패한 부부들이 법원 앞에 서게 되었을 때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아니라 법원이라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유리할지 불리할지 객관적이고도 상식적인 예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혼청구의 인용, 위자료의 입증은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에 따라야

이혼사건을 상담하다보면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유책사유가 결정적이라는 듯 변호사를 현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바람을 피웠다 ▲나를 때렸다 ▲친정을 무시하고 친정엄마에게 욕을 했다 등등

물론 위와 같은 사례들이 있다면 이혼청구를 인용 받을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막상 사건을 수임한 후 이혼 소장에 증거로 제출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하면 ▲내가 보았어요. ▲우리 애 학교 친구 엄마가 들었어요 등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상술했다시피 협의이혼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경우 재판을 통해 상대방의 유책사유를 주장하고 이를 입증하여 더 이상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법원을 상대로 명백하게 입증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혼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다.

■재산분할은 법원이 인정할만한 기여도를 주장, 입증해야

포털사이트 Q&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인데, 전업주부로 수년을 살아온 아내가 이혼을 하면서 남편명의의 재산 50%를 받아오고 싶은데 가능하냐는 질문들이 있다.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소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달아줄 때 원론적인 내용인 ‘재산분할은 기여도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또는 보다 현혹하는 내용인 ‘전업주부의 가사업무에 대한 기여도도 매우 중요하므로 50% 이상의 재산분할이 예상됩니다’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혼상담을 할 경우 기여도가 낮으면 낮은 만큼 많은 돈을 받기는 어렵다고 전달한다.

남편에게 물려받은 건물이 있어서 건물주로서 임대수익으로 생활비를 벌어온 경우, 결혼을 하면서 남자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 해온 경우에 있어서 과연 실제 아내가 건물이나 아파트에 대하여 실제의 기여가 있을까?

물론 해당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시키는 게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여 법원을 설득한다면 모를까, 단순히 결혼하여 아내로서 살아왔다는 점만으로는 고작 30%의 기여도를 인정받는 게 최선일 것이다.

“재산분할은 남편 재산의 반은 받아야겠어요.”

“재산분할로 떼어줄 돈은 5억으로 맞춰주세요.”

법원에서의 재판상 이혼은 시장에서 물건 사고파는 것도 아니고 협의도 아니다. 법원의 엄격한 잣대아래 부부의 유책성과 증거, 기여도를 고려한 객관적인 판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혼소송을 취급하는 변호사로서 답답한 그들에게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대답은 하고 싶지 않다, 의뢰인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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