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이혼] #4 고부갈등보다 치명적인 장서갈등 (2)

김성원 기자 승인 2020.11.24 15:12 | 최종 수정 2020.11.24 15:14 의견 1

이혼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하는 고형석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의 칼럼 '남자의 이혼'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 (자료=한국정경신문)

[법무법인 센트로=고형석 변호사] 견디기 힘들었던 장서갈등이 이혼까지 이어진 실제 사례들

이번 칼럼에서는 실제 존재했던 사례들을 통해 장서(장모와 사위) 갈등이 이혼까지 이어진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결혼 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친정에서 보내며 남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아내와 장모, 사위에게 딸의 낙태방법까지 노골적으로 설명하는 잔인한 장모 등 며느리의 고부갈등 만큼 힘들거나 때로는 더 심각한 장서갈등 사례들이다.

모든 생활을 친정에서 하려는 친정엄마 의존증 아내와 사위를 조종하려는 장모

20년 전에 결혼을 한 A 변호사는 장모등쌀이 너무나도 지겨웠다. 부부는 처가 근처에 집을 장만하고 살았는데, 오로지 아내가 편하게 살기 위함이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늘 친정집에 가 있었고, 퇴근한 남자의 저녁도 거의 매일 친정집에서 먹게 했다. 아내는 몸도 마음도 편했다. 자신의 친정이니까.

하지만 고된 변호사 일을 마친 남자는 매일 저녁 퇴근 후에 자기 집을 놔두고 굳이 처가에 가서 밥을 먹었다. 식사 후에는 장모의 하소연이나 그닥 중요하지 않은 수다를 들어줘야 했기에 쉬면서 TV시청도 못했다.

밤에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자면 해가 뜨자마자 장모가 부부의 집에 전화를 하며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다가 전화 끊기가 무섭게 부부의 집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남자는 집에서 조차 편하게 잠옷차림으로 지낼 수도 없었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당연한 듯이 장모는 사위를 자신이 다니는 교회와 백화점, 그리고 등산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결국 남자는 결혼은 했지만 생활 전반을 친정에서 해결하려고만 하는 친정엄마 의존증 아내와 사위를 조종하고 끌고 다니기만 한 장모로 인해 죽을 맛의 처가살이 비슷한 생활을 했던 것이다.

직업을 속인 아내와 딸의 낙태까지 계획하는 끔찍한 장모

또 다른 남자 B가 있다. 그는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신문사를 다니는 엘리트 기자다. 남자는 결혼을 미루고 있다가 마흔 살이 다 돼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결혼을 했다. 결혼정보업체는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며 여자를 소개했고 여자쪽에서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여자는 원장이 아니라 강사였다.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안정이 될 것 같아서 남자는 결혼을 했다. 외모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결혼을 망설이면서 사귀다 헤어지기를 반복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찰나에 서로를 알게 된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한 것이다.

신혼 생활이 시작되자 마자 장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부 사이를 사사건건 간섭했다. 신혼집은 장모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곳에 얻어야 했고, 시장에서 장사를 오래한 장모는 부동산과 법에 밝아 남자를 이리저리 이용해 먹기도 했다. 장모의 다른 딸이 시집을 가야 하니 예비 사위가 될 사람에게 받을 각서의 초안 검토를 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그 각서는 ‘예비사위가 딸과 결혼생활을 하는 도중 바람을 피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모든 재산을 딸에게 넘기고 이혼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자기 말고 또 다른 남자가 장모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이 결혼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자식 내외에 대해서도 간섭을 하고 흉계를 꾸미는 장모가 추후 자기에게도 어떤 계략을 꾸밀지 끔직했다고 전했다.

장모의 욕심은 더 큰 비극도 낳았다. 남자와 아내는 서로 성격차이 때문에 협의이혼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하필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 이 사실을 안 장모는 남자에게 자신의 딸 신세를 망쳤다며 남자가 신혼집 마련을 위해서 가지고 온 돈은 단 한 푼도 돌려줄 수 없고, 자신의 딸을 낙태시킬 것이며, 그 태아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딸이 임신 7개월의 만삭에 가까워 올 때 비로소 잔인한 낙태수술을 할 것이라는 등 낙태수술의 구체적인 장면까지 묘사하며 정신병에 가까운 모진 소리를 해댔다.

정도가 낮은 장서갈등이더라도 남자의 이혼청구에 인용될 수도

위 두 가지 사례의 남자들은 최근 모두 이혼에 성공했다.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장서갈등을 겪은 남자들이었다.

민법 제840조 제3항은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재판상 이혼원인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사위가 장인이나 장모로부터 심한 모욕이나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시달릴 경우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사위가 장인이나 장모로부터 받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의 정도가 민법 제840조 제3항에서 규정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경우, 즉 “남자가 그 정도 말은 듣고 참아야지, 뭘 이혼을 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든가, 과연 장모가 괴롭히는 정도가 심히 부당한 대우라고는 볼 수 없을 때에도 법원은 이혼청구를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적용되는 법 조항이 바로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고, 법원은 이 규정을 폭 넓게 인정해 장서갈등을 겪는 남자들의 이혼 청구를 인용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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