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위한 이혼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의 칼럼 '남자의 이혼'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법무법인 센트로 고형석 변호사 [자료=한국정경신문]
[법무법인 센트로=고형석 변호사] 이혼이라는 것은 혼인한 남녀가 사망하기 전에 성립되어 있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혼을 하려면 원칙적으로는 혼인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서 이혼이라는 관계 해소 절차를 논할 실익은 거의 없는 것이다. 필자와 이혼에 관하여 상담을 하는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당연히 혼인을 한 상태에서 이혼을 원하는 분들인데, 상담이 끝나갈 무렵 꼭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혹시 혼인 무효나 취소는 안될까요”
과거를 지우고 싶다, 내 호적에 빨간줄 그어지는 것이 싫다.
호적제는 폐지되었다. 다만 이혼을 하면 혼인관계증명서에 이혼의 사실이 기재가 된다. 물론 혼인관계증명서를 ‘일반’으로 발급하면 현재의 혼인사항만이 출력되므로 과거의 혼인 및 이혼사실은 나오지 않지만, 만일 혼인관계증명서를 ‘상세’로 발급하면 과거의 혼인 및 이혼 사실 모두가 기재되어 출력된다. 즉 이혼을 한 소위 빨간줄이 그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의 사실조차도 인정하고 싶은 의뢰인들이 혼인 무효나 취소로 관계 정리를 할 수 없는지 묻는 것이다.
혼인의 무효, 취소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정도의 하자로는 불가능하다
민법 제815조가 혼인이 무효로 처리될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해 두었다. 당사자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 혼인한 때,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게가 있을 때.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을 때 등이다. 이중에서 당사자간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해 볼 만한 것은 당사자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정도이고, 이외에는 거의 알고 보니 그녀가 내 동생이었다는 식의 막장드라마 수준이어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라 함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작정 혼인신고를 한 경우에나 해당할 것이다.
혼인취소의 경우도 민법 제816조가 규정하고 있는데 만18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혼인을 하거나 또는 근친혼을 한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또 결혼을 한 경우,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등이 있다.
즉 부부가 결혼을 한 후 금새 성격차이로 대판 싸우고 헤어지겠다고 하여 혼인이 무효나 취소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혼인취소의 경우에도 혼인관계증명서에 흔적이 남는다.
결국 현실적으로 어려운 혼인의 취소를 구하고자 하는 이유는 혼인이나 이혼사실을 혼인관계증명서에 남기고 싶지 않아서 인데, 많은 의뢰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혼인취소를 하더라도 혼인관계증명서를 상세 조건으로 발급하면 혼인을 했다는 사실 및 혼인을 취소했다는 사실은 그대로 기재가 된다는 것이다. 혼인을 취소하면 호적에 빨간줄까지는 아니어도 노란줄은 그어진다는 이야기이고 원하는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일찍 마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 사례들을 참조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혼인신고를 실제 결혼식보다 일찍 하는 이유가 매우 황당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 있다. 주로 금전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사람은 신혼여행비용이 모자라서 자신의 항공마일리지를 사용하기 위하여 혼인신고를 했고, 상대방을 배우자로 하여 비행기 좌석을 구매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식 올리기 직전 상대방의 친구들 모임에서 술에 취해 난폭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바로 후회를 했으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어떤 사람은 항공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가족들에게는 할인 항공권이 지급되므로 상대방 부모에게 효도여행을 시켜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식 날짜보다 몇 달 일찍 혼인신고를 하고 상대방 부모에게 효도여행을 시켜주었는데, 이 부부는 신혼여행지에서부터 되돌릴 수 없는 서로간의 갈등이 시작되어 결국 몇 달만에 이혼을 하였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라도 당신이 그 사람을 알고 지낸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연애결혼의 경우 보통 혼인 전까지 연애기간을 1,2년 갖게 되는데, 사실 각자 귀가하여 잠을 자거나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주말에 고작 몇 시간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그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전부이다. 그 얼마 안되는 시간들을 참고로 하여 결혼을 결심하고 예식을 치르게 되는데 신혼생활에서 비로소 서로에 대한 진면목을 알게 된다. 연애가 아닌 결혼정보업체를 통하였거나 선을 본 경우라면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연애결혼보다도 더욱 부족하다.
결혼이 보통일이 아닌 것과 같이 이혼의 과정 역시 호적에 빨간줄이라는 최종 결과까지는 많은 난관과 아픔이 기다릴 수 있다. 아무리 속았다고 해보들 무효나 취소가 어려우므로 혼인신고는 덜컥하지 말아야 하고, 늦게 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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