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5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 [자료=빗썸]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비트코인이 새 역사를 쐈다.
8일 저녁 테슬라가 15억달러(한화 1조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이 알려진 뒤 비트코인은 10% 이상 폭등했다. 그리고 9일 마침내 원화로 5000만원을 돌파했다. 하루 동안 500만원가량 상승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1월1일 3200만원가량을 기록했고 5일 뒤인 1월6일 4000만원을 돌파했다. 그러다가 1월21일에는 3400만원대까지 내려앉았지만 2월5일 다시 4000만원에 안착한 후 가파르게 상승, 5일 만에 1000만원이 올랐다.
2018년 1월 빗썸 기준 2598만원까지 오른 뒤 12월에는 300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렇듯 1년 동안 수백 %씩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각종 가상자산 규제가 이뤄지면서 비트코인의 2500만원 전고점 돌파가 요원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주요 가상자산이 금을 대체하는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면서 2020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 올해 비트코인 가격상승 1등공신은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
지난 1월 29일 트위터에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붙인 일론 머스크.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그는 지난 1월 2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해시태그(#Bitcoin)를 추가했다. 세계적인 인플루언서인 그의 이 같은 행동에 비트코인은 삽시간에 17%가량 올랐고 다시 1개월 후인 2월8일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했다.
해당 리포트는 나아가 자사 제품(테슬라 전기차) 구매 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또 다시 비트코인을 17% 이상 상승시켰다. 이제 비트코인으로 페이팔에서 결제하거나 대출을 받거나 혹은 테슬라 차량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 비트코인 투자, 이제는 개인보다 기관이 적극적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고점을 훌쩍 뛰어 넘었지만 정작 당시 투기 열풍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비트코인이 단순히 투기성 디지털 재화가 아니라 금을 대체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탓이다. 특히 투기세력이나 개인 대신 기관의 비트코인 매수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확 바뀌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JPM 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자산 도입을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었고 올해 1월4일 분석노트에서 비트코인이 '대체' 통화로 금과 경쟁하면서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2020년 8월 비트코인 펀드를 처음 출시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한 것도 가격 급등을 이끌었다. 또 나스닥 상장사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 하반기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80%를 비트코인으로 바꿨고 중국인민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최초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예고했다.
이 밖에 해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도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은 애플 주식을 일찍 산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계 헤지펀드 튜더 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폴 튜더 존스는 2020년 5월 개인 자산으로 1억달러(약 11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구겐하임은 전체 운용자산 규모 50억달러(5조6000억원)의 매크로펀드 가운데 최대 10%를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 상장사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 8~9월에 걸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약 80%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당시 4억2500만달러를 들여 비트코인 3만8250개를 샀다. 오래 전부터 비트코인의 가치를 강조해 온 대표적인 비트코인 전도사 마이클 세일러 CEO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수단으로 가치가 높다. 장기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체 가상자산 시총을 아우르는 '기축통화' 지위 매력적
[자료=픽사베이]
비트코인이 타 가상자산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첫 번째로 전체, 전세계 가상자산을 대표하는 기축통화가 된 점이 주효했다.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다른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는 BTC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세게에서 가장 오래된 가상자산이라는 점과 13년에 걸친 가격 상승 데이터가 보다 높은 신뢰감을 주고 있다.
총 2100만개로 적은 수량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높인다. 비트코인은 다른 가상자산들과 달리 발행 주체가 없다. 현재 2100만개 발행된 비트코인 수를 인위적으로 늘릴 기관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에 요동치는 변동성은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든다. 투자처로서의 매력은 무척 크지만 여전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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