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보다 낮은 보험사 주담대에 '수요 폭발'..코로나 이후 3분기 최대 증가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2.22 16:21 | 최종 수정 2020.12.23 14:13 의견 0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저금리 영향으로 보험사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3분기 대출 규모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사 3분기 대출채권 4조9000억원 증가한 245조원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에 따르면 보험사가 기업과 가계에 내준 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245조8000억원이다.

분기별 대출채권 잔액 증가 규모를 보면 전 분기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하며 올들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5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 1분기에는 3조7000억원, 2분기에는 2조5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다시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때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가계대출이 7000억원 줄고 기업대출은 2조6000억원 늘어나 총 대출이 2조원 증가했다.

올해는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었고 기업대출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1조5000억원(1.2%) 늘어난 12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46조4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을 추월한 기업대출은 3분기에도 가파른 신장세를 이어갔다. 기업대출은 124조원으로 전분기 보다 3조4000억원(2.8%) 늘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가계대출에 제약이 늘자 보험사들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45조원으로 전분기보다 5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79조원으로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는 1조3000억원 늘어난 34조9000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주택 거래가 예년보다 많았던 데다가 저금리 영향으로 일부 보험사의 금리가 은행권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주담대 증가 전 업권서 나타나..풍선효과 아니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62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도 6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렵긴 했지만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면서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약관대출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거래량 증가 등에 따라 전 업권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은행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해)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출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긴 했지만 보험사의 대출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평가다.

9월 말 현재 보험사 대출채권 연체율은 2분기 말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0.2%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0.42%로 0.06%포인트 내렸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1%로 지난 6월 말과 같았다.

총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가리키는 부실채권비율은 0.01%포인트 내린 0.15%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건전성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한편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응해 보험사가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 흡수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 금리는 은행 수준에 DSR은 20%p 더 높아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올들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사의 금리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2분기 이후 대출 잔액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 금리는 시중 은행보다 높다는 인식이 있지만 올해 들어 보험사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지며 최저금리는 은행의 대출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 유지 등 우대 조건을 만족하면 은행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도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생명보험협회의 10월 대출 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 각사의 분할상환방식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최저금리(고정·변동)는 2.43∼3.08%에 분포했다.

생명보험 각사가 공시한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삼성생명 2.43∼5.01% ▲신한생명 2.56∼3.76% ▲교보생명 2.60∼3.63% ▲푸본현대생명 2.59∼5.38% ▲한화생명 2.70∼3.80% 등이다.

손해보험업계의 아파트 담보 대출 상품 최저금리는(고정·변동) 2.03∼2.91%로 나타났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 2.03∼4.79% ▲KB손해보험 2.5∼4.93% ▲현대해상2.59∼4.39% ▲농협손해보험 2.91∼4.12% 등으로 금리를 공시했다.

5대 시중 은행의 신규 주택 담보 대출 최저금리는 지난달 15일까지 2.23∼2.64%가 적용됐다.

특히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은행보다 20%포인트나 높은 60%가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지난해 발표한 '12·16 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 구매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경우 은행은 DSR 40%, 비은행권에서는 60%를 넘을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에 가입하면 우대 금리도 적용된다"면서 "초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보험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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