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부터 의약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이 얻을 것이 있을 시 협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발언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부터 의약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되 미국이 얻을 것이 있을 시 협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때처럼 의약품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겠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릴리는 지난 2월 26일 미국에 5년간 270억 달러(한화 약 38조6000억원)을 투자해 4개 신규 제조 시설을 짓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릴리를 포함해 대형 제약사 CEO들과 수입의약품에 대한 관세 우려에 대한 논의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방안이다. 이는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거대한 제약·바이오 시장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화이자와 J&J 역시 미국에 공장 투자 확대를 결정하면서 당분간 글로벌 제약사들의 미국 투자 소식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대와 함께 트럼프 2기는 자국 생산과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며 “약가 인하 기조는 보이지 않고 의약품 관세 부담도 가중되고 있어 다국적제약사들은 M&A나 대규모의 기술 이전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는 자국 생산 시설 등에 투자 확대를 우선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약 기업들은 빠르게 미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셈법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지속적인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 및 해외 CMO 거점 확보, 해외 공장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자료=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 시장 판매 예정 제품에 대해 약 9개월분 재고를 확보하면서 관세 부과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지 위탁생산 업체를 통해 완제약을 생산해 오고 있으며 추가 생산 가능 물량도 이미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 및 해외 CMO 거점 확보, 해외 공장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고환율과 설비투자비, 현지 인건비, 공장 증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12월 셀트리온 CDMO 법인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2027년까지 국내 20만 리터 규모 공장 완공 후 필요에 따라 해외에 10만리터 규모 추가 공장을 증설할 수 있다”고 해외공장 설립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생산 기지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직접 투자 외에도 현지 기업과의 협력, 인수합병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5공장과 함께 활발하게 선제적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거점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제1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거점 확장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달 14일 열린 제1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2바이오캠퍼스 시대를 여는 5공장이 완공과 함께 올 한해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거점 확장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미국 내 생산 기지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관련 투자 및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달 13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 본사를 둔 아시모브(ASIMOV)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아시모브의 차세대 세포주 개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세포주 개발부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CDMO역량과 트랙 레코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업무협약 체결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생산 기지가 지닌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더라도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을 위해 비용을 투입하는 것이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당장 생산 현지화에 속도를 내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약가 인하에 대한 니즈가 높은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