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 (자료=한국게임이용자협회)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최근 수 년간 게임업계에서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급격히 커진 형국이다. 단순히 게임을 소비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게임사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이 계속 관측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게임사들도 ‘소통’을 강조하며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이러한 게임 유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초대 협회장인 이철우 게임전문 변호사는 협회의 다양한 활동들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뿐만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기본권 측면의 권익까지 게이머들의 오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단소송뿐만 아니라 게임 등급분류나 저작권 분쟁 등 정책적 이슈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책 제안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 협회 설립 이후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협회의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운이 좋게도 협회의 실제 역량에 비해 왕성한 활동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1년이었다. 그동안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컸음에도 사회와 정책입안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는 부분이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청구인 21만751명이 참여한 게임 검열 관련 헌법소원이나 ‘메이플스토리’ 환불 소송 대법원 최종 승소 및 집단분쟁조정성립이 있다. 등급분류 민간이양 방안에 대한 정책제안도 진행했다. 게임 문화 인식 개선 차원에서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각 정당의 게임 관련 정책 평가 및 제안 활동을 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반대 관련 타 단체와의 협력 및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있었다.

▲ 협회 설립 이후 이용자들의 응원 등 많은 호응이 있었다. 현재 게임 이용자들이 협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는가

협회 설립 당시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를 담은 의견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소속 커뮤니티나 정치적 성향 등을 떠나 대체적으로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협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 소위 ‘트럭 시위’가 시작됐을 당시 업계 전체가 긴장한 바 있다. 이후 유저들의 요구에 대한 게임사들의 반응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과거에는 게임 운영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고객센터를 통한 문의 이외에 다른 항의를 표출하지 못하고 게임을 그만뒀다. 트럭 시위나 간담회 개최 및 공론화 등 집단행동이 이어진 이후에는 협회와 함께 단체소송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법적 절차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각 게임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분명히 변화했다. 카카오게임즈나 데브시스터즈 등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넥슨의 경우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이용자들에 대한 배상을 전향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게임사의 경우에는 여전히 유저들과의 직접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협의가 가능할 것 같은 태도를 취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파기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불통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이 지난해 11월 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료=변동휘 기자)

▲ 그동안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에서의 손해배상소송 및 개선 요구를 진행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 주요 현안들의 경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게임 검열 관련 헌법소원의 경우 현재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최우선적으로 판단이 이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이미 넥슨이 일부의 배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제기된 단체소송 또한 넥슨의 추가 보상안에 원고 대다수가 동의하며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리니지2M’ 프로모션 관련 소송의 경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리니지’ 시리즈 광고에 출연하거나 거액을 받고 프로모션 활동을 해오던 인터넷 방송인이 1심에서 사측에 유리한 위증을 했고 도박개장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실형을 살고 있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퉈보려 한다. 주요 임직원이 회사 생성 계정을 이용해 이용자 간 경쟁에 개입한 ‘슈퍼계정’ 이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게임 이용자 전체의 기대도 상당히 크다.

이외에도 신규 서버를 오픈했다가 돌연 기존 서버에 통합시키고 다시 새로운 서버를 오픈하며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게임듀오의 ‘어나더 던전’에 대한 단체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그하임’의 경우 유료 아이템 표기와 실제 성능이 달랐으며 확률형 아이템 패키지의 확률을 표시하지 않았다. 더해 복사 게임머니를 판매한 인원이 사내 재직자로 판명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단체소송을 진행 중이다. ‘데카론의 경우 버그를 활용한 이용자와 이에 대한 채팅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다수 계정을 영구 정지 처리한 사례가 있어 소송을 진행 중이다.

▲ 협회 활동 이후 다수의 게임사들이 신작 출시 등과 관련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회사마다 다르지만 적극적인 소통을 표방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유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던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 리바이브’의 사례가 있다. 앞서 말씀드린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나 데브시스터즈 ‘쿠키런’도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곳들도 있으며 유저 수가 부족해 공론화되기 어려운 중소 게임사의 타이틀은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 협회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나 소송을 통한 자료 확보 및 공론화 등 다방면의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 궁극적으로 게임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게임 이용자들이 여타 소비자들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사안에서 구매액에 대한 환불이나 손해배상보다는 정상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소통을 바란다는 점이다. 소비자 기만 수준의 법령 위반이나 지나친 수익 추구로 인한 생태계 왜곡 정도가 아니라면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운영하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나 웹툰 등 다른 문화콘텐츠와 같은 수준의 창작물로 존중받길 원하는 것 또한 게임 이용자들의 오랜 바람 중 하나다. 사행성을 제외한 폭력적·선정적 표현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지나친 규제를 철폐하자는 움직임이 최대 청구인이 참여한 헌법소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 실제로 협회는 게임의 운영 문제뿐만 아니라 게임계 검열에 대한 헌법소원이나 게임법 개정안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활동을 전개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용자 보호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게임물 등급분류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유는 게임 이용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 추구에 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도 있겠지만 문화향유권과 행복추구권이라는 국민으로서의 기본권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원실을 방문해 요청하거나 공개 정책제안을 통해 개정 법률안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이유는도 게임 이용자 권익 향상에 있다. 이는 몇몇 게임사들의 태도 개선으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 자체가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게임사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도 협회가 동력을 잃거나 정치적 지형이 변하는 경우 얼마든지 기존의 행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협회는 앞으로도 선거를 앞두고 정책 제안 및 평가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씨와 함께 진행한 게임법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에 21만명 이상의 인원이 몰렸다. (자료=한국게임이용자협회)

▲ 게임이용자협회장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 전문 법조인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다. 최근 저작권이나 부정경쟁방지 관련 법적 분쟁이 게임업계의 이슈가 된 바 있는데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협회는 게임 저작권이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의욕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저작물로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게임과 관련한 저작권 침해가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더 발전한 형태의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기존 게임 시스템을 활용한 저작물 창작을 위축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최근 법원 판결의 취지처럼 저작권법보다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 무단 도용이나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무분별한 도용 행위를 막으면서도 창작자의 다양한 시도를 저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표절 논란은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비로소 법률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 최근의 변화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은 당연히 법원에 의한 제재겠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윤리적 소비’ 또한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최근 ‘프로젝트 KV’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용자들도 표절 등 논란이 있는 게임에 대한 소비를 거부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Q 해외 게임사들의 ‘배짱 영업’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도 있었지만 다소 부족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 부탁드린다

해외 게임사 역차별은 곧 해외 게임 이용자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기에 이용자 차별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협회는 해외 게임사에 대해서도 국내 게임사에 준하는 수준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곧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게임법상 확률정보 공개의무 등 다른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라고 열심히 지키겠느냐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할 정도의 해외 게임사면 이미 다른 의무도 잘 준수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관점이다.

강유정 의원 및 이도경 보좌관의 원 주장대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실효성이 더욱 확보될 수 있겠지만 결국 행정상 제재인 과태료에 그쳐 아쉬운 부분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는 ‘게임법 기타 법령 위반 시 등급분류 거부 및 취소 사유가 된다’는 점에 착안해 정부 관계부처와 각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서비스 자체에 대한 제재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행정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건부 등급분류 거부나 한시적 취소 및 정지 등 보다 완화된 형태의 처분이 가능하도록 제도 정비가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번 달 내로 협회가 본격적으로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우선 게임물 ‘발라트로’의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분류 결정에 관한 재심의를 공개청원 형태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요구할 계획이다. ‘뉴 단간론파 V3’나 ‘블루 아카이브’ 등 논란이 있었던 등급분류 결정사례에 대해 순차적으로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여러 소비자 기만 사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 단체소송 및 집단분쟁조정 신청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라는 의제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정책 제안 및 참여 활동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