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도급법 위반으로 과징금 208억원..조직적 은폐 정황도 포착

최태원 기자 승인 2019.12.18 22:23 의견 0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했다. (자료=KBS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현대중공업이 계약서·대금 '갑질'로 200억원대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6월 공정위 조사 중 현대중공업의 분할과 사명 변경으로 생긴 회사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하 분할 전)은 지난 2014년에서 2018년까지 207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 4만8529건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는 작업이 시작된 이후(최대 416일 후)에 발급했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대금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이어 대금은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주는대로 받아야만 했다.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도 적발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12월 선박 엔진 납품 사외 하도급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2016년 상반기에 단가를 10%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공정위는 실제로 2016년 상반기 48개 하도급업체의 9만여건 발주 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51억원 규모의 하도급 대금이 인하된 사실을 함께 확인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사내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본공사에 더한 추가공사 1785건을 위탁한 뒤 제조원가보다도 낮은 금액을 준 점도 적발됐다. 제조원가보다 낮은 하도급대금을 준 행위로 제재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첫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중요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등 조사도 방해했다. 회사 직원들은 지난 2018년 10월 공정위 현장 조사 직전 273개 하드디스크와 컴퓨터 101대를 교체해 중요 자료를 은닉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8월 회사 직원들이 컴퓨터 등 관련 물품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외부로 빼돌리는 모습이 포착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조사 방해와 관련해 회사에 1억원, 소속 직원 2명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위법 행위를 벌인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꿔 지주회사가 됐다. 구 법인과 같은 이름인 현대중공업을 새로 설립해 기존 사업을 이어받도록 했다. 공정거래법 근거 규정에 따라 공정위는 과징금을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에 부과하고 나머지 제재는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부과했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이번 조치는 작년 4월 시행한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맞춰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을 정밀히 조사한 사례"라고 밝히며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그동안 해온 제도개선 노력에 더해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앞으로도 지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만 조선업의 특수성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사 방해 혐의에 대해선 "성능 개선을 위해 노후 PC를 교체한 것일 뿐 조사 방해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후 조사과정에서 필요한 협력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CCTV 영상은 일감 축소로 부서 이동을 하는 직원들이 담긴 것"이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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