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본격 시행..시범 기간 금융사고 낸 은행권 ‘긴장’
두 달 간 시범운영 종료..사고 발생 시 비조치 인센티브 종료
내규 개정 등 준비 마쳐..내통위 신설·은행장 총괄 책임 명시
시범 기간 중 국민 4건·신한 1건·우리 1건 등 금융사고 발생
“도입돼도 무조건 제재 아냐..내부통제 강화 취지”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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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11:03 | 최종 수정 2025.01.0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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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이 두 달여 간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을 마치고 새해부터 본격 시행에 나선다. 시범운영 기간 일부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내부통제 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지주·은행을 시작으로 금융회사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됐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3일까지 10개 금융지주와 54개 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행 준비를 마쳤다.
이 중 9개 금융지주와 9개 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 31일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했다. 금융당국이 제도의 조기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시범 운영 기간 도입을 결정하면서다. 금융당국은 시범운영 참여 지주·은행의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 및 자문 등 컨설팅을 수행해 피드백을 제공했고 참여사들은 시범운영 기간 중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인센티브를 받았다.
■ 내부규범 개정·조직 개편 등 준비 만반
이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전후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내부통제 체제를 정비했다.
공통으로 지난해 10월 말 책무구조도 제출을 앞두고 임원·이사의 자격 요건에 책무구조도 관련 항목을 우선 추가했다. 12월 추가 개정에서는 내부통제위원회 신설과 은행장의 내부통제 총괄 관리의무와 이사회의 감독 권한 등 세부 항목을 손봤다.
내부통제위는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내부통제 정책을 수립·승인하는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임원과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관리조치와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평가하고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위험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등 기존 이사회 내 소위원회와 통합운영이 허용됐기 때문에 별도로 내부통제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당초 통합운영도 검토했지만 은행 이사회에는 별도의 내부통제위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중은행 중에는 NH농협은행이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내부통제위 설치 근거를 마련했고 하나은행이 10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이 12월 내부통제위 설치를 위한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마쳤다.
연말 조직개편에서는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관리체계 강화를 전담 조직 신설도 이어졌다.
국민은행은 준법감시인 산하에 상시감시, 책무관리 전담조직을 별도로 설치했고 우리은행은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했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했다.
■ 시범 기간 중 금융사고 다수..인센티브 끝 어쩌나
지주·은행들이 내부통제 체제 강화에 열을 올리는 것을 책무구조도 시범 도입 이후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향후 금융사고 발생 시 책무구조도에 명시된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임원과 CEO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중 은행권에서는 총 6건의 금융사고 공시가 있었다. KB국민은행에서만 4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1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업무상 배임과 사기 등 사고금액만 총 350억원이다. 공시 의무가 없는 10억원 미만 사고까지 포함하면 시범운영 기간 동안 이보다 더 많은 금융사고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행별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보면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총 53건의 금융사고 발생했다. 지난 2023년 총 36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가 도입돼도 금융사고가 발생한 책무 라인의 임원에 대한 처벌이 무조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내부통제 체계가 자리 잡으면 장기적으로는 금융사고 발생이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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