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금리인하에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커지자 보험업계가 수익성과 성장성,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새 회계제도(IFRS17) 계도기간 종료에 '삼중고' 상황까지 더해지자 보험업계 대표이사(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신사업과 본업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보험업계의 수입 보험료는 254조7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작년 예상 증가율과 비교해 0.2%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업권별 증가율은 생명보험 0.3%, 손해보험은 4.3%로 확인됐다. 손해보험의 증가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감소한 반면 생명보험은 작년 예상 증가율 대비 4.7%포인트 급락했다.
생명보험 성장률의 급격한 악화는 생보사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에서 일시납 연금보험 신규 판매 축소가 예상돼 보험료 규모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의 수입보험료 역시 감소세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평가됐다.
손해보험에선 장기손보와 일반손보의 완만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보험료 조정이 없으면 자동차보험의 경우 낮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대외환경 변화와 국내 정치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은 올해 국내 보험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보험산업 성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험모집과 보험금 지급 등 보험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경영효율화를 위한 대응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더해 계도기간이 종료된 IFRS17는 보험업계의 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IFRS17은 보험사의 재무상황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제정한 원칙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계약 시점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국내에선 지난 2023년 적용됐으며 작년부로 2년간의 계도기간이 종료됐다.
계도기간 종료에 앞서 금융당국은 단기실적을 극대화하고자 일부 보험사에서 비합리적·자의적인 실무 관행이 펼쳐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행 개선과 제도 안착을 위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합리화하고 할인율 현실화 착륙을 위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작년 연말 결산부터 적용될 가이드라인은 오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작년 결산부터 보험사의 재무상황 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향후 20%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예상돼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보인다.
실제 건전성 악화는 생보업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삼성생명의 작년 3분기 기준 K-ICS 비율은 193.5%로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200%를 하회했고 한화생명도 164.1%를 기록해 2023년 12월 대비 19.7%포인트 감소했다.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43.02% 급감한 222.34%로 집계됐다. 손보사의 경우 대부분 200%를 넘기며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으나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경우도 확인됐다.
수익성·건전성·성장성 악화라는 삼중고가 현실로 나타나자 보험사 CEO들은 신년사에서 신사업과 본업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시장 환경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고개 가치 중심의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할 출구를 찾기 위해선 비즈니스 혁신으로 생보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기민한 반응과 위기를 뛰어넘는 성장 노력을 요구한다”며 “헬스케어·신탁·시니어 비즈니스 등 새로운 업에 도전해 고객 생에 전반과 사후까지 연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활금융 전반을 리드하는 회사로 도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종표 DB손해보험 사장 역시 “올해 보험산업은 경쟁 심화에 따른 손해율 상승과 계약 효율 하락, 판매비 증가라는 삼중고로 수익성 하락 추세가 본격화될 것이다”라며 “효율 우위로 판매비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리비 효율을 지속 유지하면서 신기술 투자 등 IT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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