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의 행방을 결정할 조합원 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두번째 재신임 기로에 놓인 대우건설은 김보현 대표까지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조합원 마음 달래기에 나섰다.
조합원 간 의견은 팽팽하게 나뉘고 있다. 총회가 마무리되더라도 깊어진 갈등에 조합 운영진이 신뢰를 잃었단 주장도 제기된다.
한남2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일대 모습(왼쪽)과 현장에 부착된 실태조사 실시 안내문 (사진=우용하 기자)
25일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7일 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총회에선 사업의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에 대한 재신임 여부가 논의된다. 조합은 지난 2023년 9월에도 재신임 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약 11만㎡ 부지를 지하 6층~지상14층인 30개동, 1537가구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7908억원에 달한다. 2022년 입찰 당시 롯데건설과의 수주전 결과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대우건설은 ‘한남 써밋’을 단지 명으로 제안하면서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118프로젝트’를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고도 제한 완화 반대 의지를 유지해 프로젝트는 결국 무산됐다. 이에 대우건설은 구역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제거해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밝혀 좌초됐다.
조합은 결국 시공사 재신임 총회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재신임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기면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는 상실된다. 홍경태 재건축 조합장은 시공 계약이 해지되면 탑티어 시공사가 참여할 것을 확신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1월 한남4구역에서 진행된 삼성물산·현대건설 수주전과 내달 예상되는 5구역·DL이앤씨 수의계약을 고려한 주장으로 분석된다.
조합의 총회 추진에 대우건설은 조합원을 설득하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를 교체할 경우 2698억원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기간 연장에 대한 공사비 2015억원과 용엽비 180억원, 브릿지론 지연 배상금 약 503억원 등이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도 직접 동영상에 출연하면서 조합원 달래기에 힘을 보탰다. 동영상 ‘대우건설의 진심’에는 사업 추진을 위해 진행해 온 노력과 보상 방안 등이 담겼다.
김 대표는 “최고의 이주비 조건을 통한 신속한 이주를 시작으로 지연 없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믿고 맡겨준다면 최고의 결과로 조합원님께 보답드릴 것을 대표이사 이름을 걸고 약속드린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사업 지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남뉴타운에서 3구역 다음으로 빠르게 움직였지만 시공사를 재선출하게 되면 4·5구역에 따라 잡힐 것이란 우려다.
실제 한남2구역은 이미 용산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둔 상황이다. 6월이면 계획 인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중 이주를 준비하기도 했다. 시공사를 교체하게 되면 인허가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결과적으로 최소 1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조합 운영진의 신뢰 문제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홍 조합장은 주요 건설사의 참여 확신에 조합장 직을 걸고 책임진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시공사 재선출에 나선다 해도 조합 내홍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른 건설사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미 조합이 바란 고도 상승과 관통 도로 제거는 서울시가 반대한 사항이라 시공사를 교체해도 실현 가능성 낮기 때문이다.
총회를 2일 앞둔 가운데 주민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한남 2구역 주민 A씨는 “대우건설의 핵심 공약이 무산된 만큼 시공사 교체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주민은 “2023년 투표에서 시공사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또 교체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조합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수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