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 부메랑 맞은 카카오뱅크..“나이제한 등 우려사항 검토”

카카오뱅크, 주담대 성장 힘입어 상반기 역대급 순익
금융당국, 최근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인뱅 지목
“주담대 비중 2%” 항변했지만..성장율은 시중은행 압도
주담대 블랙홀된 카뱅..“나이제한 등 우려사항 검토”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8.21 11:48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낸 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된서리를 맞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주담대 잔액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지만 상반기 신규 취급액이나 갈아타기 비율만 놓고봐도 주담대 시장의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 (자료=카카오뱅크)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순익은 18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늘었다. 올해 상반기 충당금 1117억원을 적립하고도 반기 기준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였다.

지난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 포함) 잔액은 17조3223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 대비 4조269억원이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7조9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33조9000억원으로 6조원 늘었는데 이 중 주담대 증가분이 절반 넘게 차지한 셈이다.

카카오뱅크도 주담대를 미래 성장성의 열쇠로 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주담대 갈아타기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0.6%포인트 금리 할인을 제공하는 한편 3월과 4월에는 전세대출과 주담대 특판을 진행했다. 4월에는 주담대 취급 대상을 아파트에서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으로 확대하고 이달 들어 만기도 최장 50년으로 늘리는 등 대출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주담대를 지목하면서 주담대 중심의 대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열린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는 주담대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은행 등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주담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심사 등을 면밀히 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6일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확대에 대해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가 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이런 것도 점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은행장 간담회 참석에 앞서 “전체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된다”며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는 은행권 전체 주담대 잔액에서 카카오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 6월말 주담대 잔액은 814조8000억원으로 그 중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2.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시장 진출이 이제 막 1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영업 기간이 짧은 만큼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수밖에 없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별개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의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채권의 잔액은 446조3655억원으로 지난해 말 449조1258억원 대비 오히려 2조7603억원 줄었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채권 잔액은 15조5927억원에서 16조7066억원으로 1조1139억원이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분기 신규 취급액 3조5000억원 중 시중은행에서의 갈아타기 비중이 약 60%일 정도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는 것도 인뱅의 주담대 진출 등 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담대 대출과 관련해 “나이제한 등 우려사항을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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