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스타트업 생존 '비상'..부동산 시장 침체 직격탄

이상훈 기자 승인 2022.11.16 16:55 | 최종 수정 2022.11.16 19:07 의견 0
부동산 시장 침체로 프롭테크 기업들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대표적인 로테크(low tech)인 부동산 산업을 기술로 바꾸겠다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부동산과 투자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중고 상황에서 매출 창출에 한계가 온데다 매출을 발생시켜도 나가는 돈이 더 많아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탓이다.

16일 프롭테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프롭테크 기업 중 흑자를 기록한 회사는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회사 알스퀘어와 공유 오피스 위워크코리아가 유일하다. 직방은 82억원,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공유오피스 기업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모두 3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모두 프롭테크를 대표하는 곳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의 경우 대형 건물을 임차해 공간을 나눈 뒤 이 공간을 이용자에게 다시 빌려주는 사업을 펼친다. 문제는 강남이나 을지로·시청 등 핵심 업무지역의 임대료가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스타트업 시장 침체로 임차 수요가 줄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창업과 임차 수요가 많아 임대료 상승에 대응할 수 있지만 정작 경기가 나빠지면 급격하게 수요가 빠지면서 이미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공유오피스 사업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경기와 투자 시장이 좋을 때는 사무실 공실이 부족해 스타트업들이 울며겨자먹기로 공유오피스를 선택하지만 비용 절감이 필요하고 공실이 넘쳐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동일 면적 대비 저렴한 일반 오피스로 눈을 돌린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0억~200억원 수준이며 건물 보증금으로 묶인 돈을 일부 빼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실거래가와 토지·건물대장 등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서비스를 펼치는 디스코 역시 최근 추가 투자 유치 실패로 구조조정에 나서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월간 이용자 수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최고치 대비 1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프롭테크 기업들은 직방이나 다방 같이 광고 플랫폼을 이용해 이용자가 쉽게 매물을 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실거래가와 매매·전세시장 동향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보 소비 패턴을 바꿨지만 그뿐이었다. 기업 대부분은 돈을 버는 사업 모델까지 연결하지 못했고, 투자금 유치에 몰두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사업을 이어왔다. 시장을 바꾸겠다는 목표는 일부 달성했지만 정작 기업의 목표인 생존과 성장에는 실패한 셈이다.

지난 9월 폐업을 결정한 미국 스타트업 리얼리(Reali)의 공동 창업자 아밋 할러의 말이 작금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리얼리는 주택 소유자에게 '판매 전 구매' 및 '현금 제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구적인 회사 중 하나였다"며 "우리 서비스는 고객에게 이익이 된다고 굳게 믿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얼리의 경우 시리즈 B에서 무려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전도유망한 회사였지만, 결국 생존에 실패했다"며 "매출과 이익을 도외시한 국내 프롭테크 기업도 냉혹한 생존 위협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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