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 분양흥행 예측법..청약자들, 비싸면 절대 안사

10월, 11월 경기도 주요 아파트 분양 성적 비교..청약자들 싸다는 판단이 '중요'
인근 단지 시세와 비슷해도 청약 '주저'..입주후 시장 전망 '불투명'
"고금리로 청약자의 자금 여력이 가장 중요해져..분양가, 가장 중요한 청약 기준"

최경환 기자 승인 2022.11.15 07:00 의견 1
수도권의 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금리는 오르고 부동산 매수수요는 얼어붙었다. 오랫동안 지켜보던 아파트가 막상 분양 일정이 공고된 뒤에도 예비청약자들은 고민이 깊다.

청약에 덜컥 당첨되면 1년 전만해도 뛸듯이 기뻐했을 일. 그러나 지금은 분양받는 게 잘하는 것인지, 좀더 기다려야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분양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연말 시행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청약의 기회는 많아 졌지만 옥석을 가리는 일은 더욱 어려워 졌다.

지난 10월과 이달 들어 분양한 경기도 주요 아파트들의 분양성적을 비교해 봤다. 어떤 단지는 침체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수십대 1의 경쟁률로 대박이 났고 어떤 단지는 악성 미분양에 일부 평형은 청약률이 10%대에 그쳤다.

파주 운정신도시는 청약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 분양단지들은 대부분 완판이다. 아파트의 성공 조건중 입지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곳에서 입증된다.

운정신도시 호반써밋웨스트파크는 지난 8, 9일 1, 2순위 청약접수결과 244가구 공급에 1644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 6.73대 1이다. 84m²타입(이하 전용면적 기준)은 28대 1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는 5억960만원(이하 평형별 최고가). 신도시 입지에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어 애들 학교보내기도 좋다. 무엇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입주한 인근 파크푸르지오는 같은 평형이 지난 4월 6억3000만원(이하 실거래가)에 거래됐다. 이 일대에 신규 입주 아파트들 중 초등학교 도보 거리의 아파트들은 6억원 내외에 거래됐다.

파주운정3 경남아너스빌리버는 지난달 25일~26일 1, 2순위 청약결과 평균 11.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84m²A타입의 경우 73.92대 1, B타입은 42.49대 1을 기록했다. 요즘 보기 드물게 높은 경쟁률이다. 이곳 분양가는 4억9000만원대다. 인근에 2007년 입주한 기존 아파트 상록데시앙이 5억원 후반에서 6억원 중반까지 거래됐다.

올들어 분양시장에서 청약자들의 선택은 더욱 까다로워 졌다. 아파트 선택의 중요 기준 가운데 그동안 입지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면 분양가 비중이 커지는 분위기다. 분양을 받고 2~3년 뒤 입주했을 때 가격이 분양가보다 떨어져 있을지 모른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착한 분양가'에 대한 선호는 어느 때 보다 높다.

오산세교2지구 모아미래도(A21블럭) 아파트는 지난 8, 9일 1, 2순위 청약에서 평균경쟁률 5.92대 1을 기록했다. 가장 인기를 끈 전용 84m²A타입은 26.1 대 1이었다. 분양가는 4억3900만원. 인근에 2009년과 2011년 입주한 기존 아파트가 각 4억원 중반, 5억원까지 거래됐다.

용인 동백호수공원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지난달 분양에서 평균 21대 1경쟁률를 기록했다. 83m²A타입 분양가는 4억8000만원. 2007년 입주한 바로 옆 해든마을동문굿모닝힐이 5억원 중후반대, 신동백서해그랑블2차가 6억원 중반대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비싼지, 싼지 가늠하는 기준은 시세다. 그러나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최근엔 시세가 없다고들 한다. 1년 이상 거래가 끊긴 단지가 부지기수다. 간혹 거래가 있더라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니 시세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가족간 양도나 세금 부담 조건 등을 붙여 실거래가 신고액이 실제 가격과 다른 경우도 많다.

이런 사정 때문에 청약자들은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분양에 나서는 시행사도 어느 선에서 분양가를 정해야 미분양을 피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그래서 주변 가격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분양가를 정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오산 세교지구에서 지난 1일부터 1순위 청약한 오산 sk뷰는 일부 평형을 제외하고 미분양됐다. 오산sk뷰 1차는 84m²A타입을 제외하고 B, C타입이 각 0.3대 1과 0.27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A형은 완판에 성공했지만 당첨가점은 13점에 불과했다. 전용 71m²도 A, B타입 모두 미분양됐다. 2차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곳 84m²형 분양가는 4억4000만원~4억6800만원대였다.

지난 8월 인근에서 분양한 칸타빌더퍼스트는 '완판'에 성공했다. 분양가는 4억3000만원대로 큰 차이는 나지 않았으나 평균 경쟁률 2.46 대 1로 마감됐다. 연말로 오면서 분양가에 대한 청약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진 결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분양한 호반써밋은 4억5000만원대 분양가였으나 분양마감에 성공했다.

세교지구에서 지난해 10월 분양한 중흥S-클래스에듀하이는 분양가 3억8400만원에서 4억500만원이었다. 이곳은 경쟁률이 각 124대 1, 130대1을 넘어 대성공을 거뒀다. 분양가가 낮았고 당시에는 분양 수요도 지금보다 많았다.

포레나평택화양은 지난 8, 9일 1, 2순위 청약에서 총 959가구 공급에 584명이 접수해 미분양됐다. 주력인 전용 84m²의 경우 A타입은 190가구 모집에 1순위 해당지역 64명, 기타지역에서 78만 청약했다. 2순위는 해당지역에서 미달됐다. B타입 역시 353가구 모집에 1순위 해당지역에서 44명, 기타지역에서 48명만 접수했다. 2순위까지 갔지만 역시 분양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곳 전용 84m² 분양가는 4억6000만원대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없고 최근 거래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면적의 기존 주택들이 2억~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청약대기자들이 분양가가 높다고 인식할 만하다.

부동산R114 백새롬 책임연구원은 "올해 분양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들의 공통점은 분양가가 시세 대비 낮은 곳과 역세권 입지, 브랜드 아파트인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최근에는 금리가 오르다보니 청약자들의 자금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 분양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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