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주택사업 '승전보' 실적 돌파구

최경환 기자 승인 2022.11.16 08:00 의견 0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삼성물산 건설부문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 [자료=삼성물산]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삼성물산 올 3분기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였다. 상사부문 부진을 만회한 것은 건설부문이었다. 건설부문 영업손익은 지난해 3분기 1300억원 적자에서 올해 3분기 324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강릉 안인화력 2000억원의 추가 원가 반영으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건설부문은 국내외 다수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준공정산 약 900억원, 아랍에미레이트(UAE)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구축 프로젝트, 카타르 LNG 등 실적기여 확대로 큰 폭의 손익개선을 실현했다.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1년차 부진을 털어내고 국내외 사업의 밸런스를 맞추며 자신의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 엔지니어 출신 첫 건설부문 대표 '시험대'에 서다

오세철 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첫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다. 그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폴, UAE, 두바이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5년부터는 플랜트사업부를 이끌었다. 이전 사장들은 주로 재무쪽 인사였다.

건설부문에 관리형 리더가 아닌 현장형 리더를 기용함으로써 삼성물산의 큰 방향이 바뀐 것으로 읽힌다.

오 사장이 작년 부임했을 때 건설부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수주였다. 2020년 말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약 24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비 8% 감소한 수치다. 연매출이 11조원이니 2년치 일감밖에 안된다.

특히 주택사업부문 수주잔고는 6조5000억원, 건설부문이 삼성물산에 통합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부임 첫해 오 사장은 쓰디쓴 한해를 보냈다. 2021년 건설부문 매출은 11조원에 못 미쳤다. 영업이익은 2500억원. 전년대비 각 6.1%, 52.7% 줄어든 수치다. 2016년 영업이익 343억원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 물론 회계상 이유가 있었다. 안양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원가 상승으로 1300억원 비용 추가 발생도 원인이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오세철 대표와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 [자료=삼성물산]

■ 실적 돌파구를 찾아라..재정비 수주 잇딴 '승전보'

전체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돌파구는 있었다. 삼성물산은 2020년 도시정비사업에 복귀한 뒤 단번에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 1위 현대건설의 4조700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지만 해볼만한 싸움임은 확인됐다.

오세철 사장이 부임한 뒤 수도권 재개발 현장을 직접 시찰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본 것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상반기 방배6구역 재건축(3696억원) 사업을 따냈다.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지난해 6월 전담팀을 꾸린 후 고덕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시작으로 금호벽산 과 이촌코오롱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도 따냈다. 삼성물산 리모델링 사업은 7년만에 재개된 것이다.

재개발 사업에서도 첫 성과를 거뒀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9일 서울 흑석2구역 시공사로 선정됐다. 2010년 가재울5구역 이후 처음이다. 흑석2재개발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99-3 일대에 지하7층~지상49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4개동으로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약 6762억원이다. 올해 정비사업에서 누적 수주액은 1조4934억원이 됐다.

오세철호의 올해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다. 건설부문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1조2556억원, 영업이익 796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6%, 영업익은 465.1% 증가했다. 3분기 기준 건설 수주액은 누적 13조6000억원으로 연간 전망(16조7000억원)의 81.4%를 달성했다.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가 본격화되고 해외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시간 지난 9일?미국 오레곤 주?뉴스케일파워 본사에서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왼쪽에서 다섯번째)와 뉴스케일파워 존 홉킨스 대표(왼쪽에서 네번째) 등 양사 경영진이 글로벌 SMR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료=삼성물산]

■ 오세철 사장 전공인 '해외 사업'..국내 수주와 '쌍끌이'

해외사업에서는 오세철 사장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해외에선 약 8조3500억원을 수주하면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이는 1년 전인 2020년 실적의 53%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수주 행렬을 이어갔다. 지난 7월 19억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신축사업을 따냈다. 3분기까지 3조5570억원을 수주하면서 선방하고 있다.

미래전략 사업으로 소형모듈원전(SMR)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에 올해 5000만달러 추가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자연 냉각 방식 SMR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 신뢰받는 초일류기업 비전과 남은 과제

오세철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안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사망사고가 1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 월드컵대교 가설교량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물에 추락해 숨졌다. 작업용 부유시설 위에서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던 중 물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공사규모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대표이사의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다. 고용부는 삼성물산이 근로자 안전을 위한 의무 조치를 다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오 사장에게는 뜻하지 않은 사고였다. 그는 사내에 산업안전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협력업체가 실적 때문에 무리하게 작업할 것을 우려해 작업중단에 따른 손실도 보전해주고 있다. 작업중지권을 사용한 근로자에게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2021년 3월 도입 이후 12월까지 총 4445건의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활용됐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간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삼성물산도 문제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0년 ‘층간소음연구소’를 신설하고, 지난 5월 층간소음에 대한 연구에서 실증까지 가능한 복합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安 LAB(이라 고요안랩)’을 공개했다.

삼성물산은 이곳에 10세대의 실증 유니트를 구축했다. 주택 구조별로 벽식, 기둥식, 혼합식, 라멘을 적용해 소음 차이를 체험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 오세철 사장 경력

1962년생
부산 해동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건축공학과 학사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 수료

1985년 삼성물산 입사
2001년 아무다비 ADIA 현장 소장, 상무
2008년 두바이 Exhibition World 현장소장, 상무
2009년 중동지원팀장, 상무
2013년 삼성물산 글로벌조달센터장, 전무
2015년 삼성물산 플랜트사업부장, 부사장
2020년 건설부문 사장
2021년 대표이사, 사장

■ 경영비전
더 나은 세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세계 초일류 건설 기업

■ 한줄 어록
"법과 도덕적 양심을 지키는 기업이 되자"
-취임 첫해인 2021년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존경받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은 그가 주창하는 목표다. ESG 경영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CEO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최우선 실행지침을 재해없는 회사로 천명한 것도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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