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계좌 개설 불허에 출금도 규제..NH농협은행 거래 막힌 투자자 불만 고조

이상훈 기자 승인 2022.02.22 10:48 | 최종 수정 2022.02.22 16:5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공약으로 일제히 가상자산 법제화와 ICO(가상자산공개)·IEO(가상자산거래소공개) 허용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 투자용 통장 개설을 해주지 않고 있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4군데다. 고팍스 거래소가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확보했지만 실제 계좌 개설이 되기까지는 수 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기존 4개 거래소만이 실명계좌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한데 NH농협은행은 이 중 빗썸과 코인원 두 곳에 실명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은행 창구에서 가상자산 거래 목적으로 계좌 개설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에서는 현재 가상자산 거래 목적으로는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 은행 창구를 방문해 문의해 본 결과 "가상자산 거래 목적으로는 계좌 개설이 안 되며 통장을 꼭 만들고자 한다면 급여통장이나 자동이체용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재직증명서나 지로용지를 가지고 와야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재차 가상자산 거래 목적이며 다른 증빙서류가 없다고 하니 "금융거래한도계좌로만 개설이 가능하며 이 경우 1일 출금 한도가 100만원으로 제한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NH농협은행은 창구에 문의하기 전부터 안내문과 X배너 등을 통해 "'가상통화(가상자산) 거래'는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고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실제 가상자산 거래 목적으로 계좌 개설이 어려워 빗썸과 코인원 거래가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NH농협은행에 가면 계좌 개설을 안 해준다. 가상자산 계좌 발급을 원한다고 하면 일단 안 된다는 얘기부터 하니 계좌 발급이 쉬운 업비트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 동일인 지갑 주소인데..외부 지갑 출금도 규제

NH농협은행은 계좌 발급 문제 외에도 외부 지갑으로의 출금도 금지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NH농협은행이 KYC(고객신원확인) 시행에 따른 외부지갑 등록 절차(화이트리스트)를 적용하며 가상자산 외부 출금을 금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가상자산 지갑인 메타마스크를 포함해 일부 가상자산 지갑으로의 출금이 불가능한 상태다.

거래소 측은 화이트리스 적용에 따라 등록이 완료된 지갑 주소로만 입출금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갑 주소 등록을 위해서는 거래소 가입 시 입력한 이메일 주소와 외부 지갑 주소 가입 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가 동일해야만 출금이 가능하다. 가령 빗썸에 네이버 메일로 가입했고, 다른 가상자산 지갑을 지메일로 가입했다면 이용자는 동일하지만 보유 코인을 출금하기 어렵다. 지갑 주소 소유자가 다르다면 문제가 되지만 동일인이어도 메일 주소가 다르다는 이유로 출금이 안 된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납득하지 않고 있다.

당초 NH농협은행은 외부 지갑 출금 전면 금지를 요청했으나 거래소 측과의 절충안으로 화이트리스트 적용을 마친 지갑 주소로의 출금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모든 외부지갑으로의 출금이 허용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은행이 '절대 갑'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은행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자 계좌 발급을 막고 외부 지갑으로의 출금을 불편하게 한다면 사실상 코인에 투자하기보다 거래소에만 코인을 보관하고 트레이딩만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은행이 투기를 조장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은행 측은 "금융 계좌를 대포통장 등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계좌 개설을 좀 더 꼼꼼히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면서 "실명계좌 발급을 막았더라면 아예 발급이 안 됐어야 한다. 일선 지점에 사용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앞으로 불편함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의견을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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