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임기 마지막 해 그간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에서의 성과 뿐만 아니라 실적 개선을 통한 리딩뱅크 탈환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어느덧 4년 임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진 행장은 지난 2020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로부터 2년의 새로운 임기를 부여받았다. 통상 은행장의 임기가 ‘2+1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신한지주 자경위 측은 “CEO 임기를 통상 신규선임 2년, 연임 시 1년으로 운영하는 경우 중장기 전략 추진보다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임기를 1~2년으로 탄력적 운영할 경우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돼 자회사 CEO 중심의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2년의 재임 기간에는 단기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중장기 전략 추진에 힘쓰라는 이사회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진 행장이 지난 2년간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였다. 임기 2년을 부여 받은 진 행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연말 조직개편 때 은행장 직속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혁신단 신설이었다.
진 행장이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미래형 금융 점포 ‘디지로그 브랜치’가 바로 디지털혁신단의 혁신 성과 중 하나다.
진 행장은 1년 뒤 조직개편에서도 디지털혁신단을 데이터기획·데이터사이언스·혁신서비스·데이터플랫폼의 4개 유닛으로 개편하고 애자일 조직인 ‘트라이브’를 신설했다.
트라이브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 핵심 전략과제 수행을 위해 부서의 경계를 넘어 강력하게 결합시킨 목적 중심적 조직이다.
올해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뉴 앱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구축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뉴 앱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신한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독보적인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 신한은행이 가장 선도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진옥동 행장이 임기 내내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진 행장이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전략에 집중했다고 해도 은행의 실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임기 중에 KB국민은행에 리딩뱅크를 내준 뒤 재탈환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 2조5908억원, 하나은행 2조5704억원, 신한은행 2조4944억원, 우리은행 2조3755억원 순이었다.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23.1% 상승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리딩뱅크 탈환에는 2년 연속 실패했다.
일단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해주는 주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서 국민은행에 밀렸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누적 NIM은 1.58%로 전년 대비 0.07%포인트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1.41%로 1년 전에 비해 0.04%포인트 개선에 그쳤다.
이는 핵심이익에서의 격차로 이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조7285억원의 순이자이익을 거둬 1년 전보다 14.4% 성장했다. 순수수료이익도 1조1879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1.2% 커졌다.
반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6조6118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둬 전년대비 11.5% 성장하는데 그쳤다. 수수료 이익은 9777억원을 거둬 오히려 전년대비 0.9% 줄어든 모습이다.
수수료 이익을 포함해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다른 은행들이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진 행장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시한 해법은 역시 디지털 전환이다. 최근 신설한 디지털 SOHO영업부와 디지털WM영업부가 좋은 예다.
신한은행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개인고객을 위해 디지털영업부를 운영해 왔다. 이를 개인사업자와 고액 자산가로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를 통해 1대 1 전담직원에 의한 맞춤형 금융컨설팅 서비스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은행, 고객 중심의 디지털 변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디지로그 브랜치와 디지털영업부 확대를 통해 다변화되고 있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적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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