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함정'..증권사, 영업-관리직 연봉 격차 갈수록 ‘심화’

프런트·백 오피스 적게는 1400만원, 많게는 1억 이상 차이
영업직은 성과급, 관리직은 기본급 높은 업계 특성 때문
"차이가 너무 벌어지면 박탈감도 커져" 의견도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8.25 12:13 의견 0
[자료=Photo AC]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지난해와 올해 증권업계 실적이 한 층 좋아지며 증권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도 함께 오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직원 100명 이상 상장기업(지주사 제외) 가운데 1인당 평균 급여가 8000만원이 넘는 기업(22곳)의 77.2%(17곳)가 증권사일 정도다.

이렇게만 보면 증권사 직원들 연봉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호황이 계속될수록 직원별 연봉 격차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증권업계 특수성과 평균의 함정이 숨어있다.

25일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들이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직원(프론트오피스)과 관리직원(백오피스) 1인당 상반기 급여격차는 적게는 1400만원부터 많게는 1억983만원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격차가 가장 큰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상반기 본사 영업직원 1인당 급여 평균은 1억9737억원인 반면 본사 관리직원들의 급여는 평균 8754만원이었다. 1억983만원의 차이가 있었다.

반대로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삼성증권(영업직원 8500만원, 본사관리 7100만원)과 대신증권(영업직원 6950만원, 본사관리 5550만원)이었다. 각각 1400만원씩 벌어졌다.

나머지 8개 증권사들은 모두 이 범위 사이에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이 5684만원의 격차를 보여 두 번째에 위치했고 신한금융투자 4600만원, 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 3200만원, NH투자증권 3000만원, 키움증권이 2432만원을 기록해 다음에 위치했다.

격차는 업계가 호황일수록 더 커졌다. 증권업계가 호황을 맞기 전인 지난 2019년 상반기 메리츠증권 프런트오피스(1억4264억원)와 백오피스(6441만원)의 평균 급여차이는 7823만원이었다. 상반기 급여차이가 가장 적었던 대신증권도 마찬가지다. 같은 해 대신증권 프런트오피스(4400만원)와 백오피스(3650만원)의 격차는 750만원이었다. 2년 사이 각각 40.3%, 86.6%가량 늘었다.

이런 현상은 증권업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돈이 계속 순환돼야 실적이 나는 업계 특성상 상당수 증권사들은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프런트오피스의 기본급은 낮지만 성과급은 높게, 백오피스의 기본급은 프런트오피스 대비 높지만 성과급은 낮게 계약한다. 그러다보니 업계가 호황일수록 급여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에서 급여를 제일 많이 받은 김남원 BNK투자증권 이사대우(44억500만원)의 기본급은 4000만원에 불과했다.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도 상반기 급여는 43억9000만원인 반면 기본급은 39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증권사 1인당 평균 급여 수치가 ‘평균의 함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지금 언론에서 말하는 ‘증권사 연봉이 크게 올랐다’는 식의 내용은 영업직군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주변에 물어봐도 연봉 인상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런트 직원들이 기업의 수익을 담당하고 있고 백(오피스) 직원들은 이를 관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프런트 직원들의 연봉이 늘어나는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가끔은 상대적 박탈감이 들 때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영업직군과 관리직군의 연봉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고 개인적으로도 이를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불만이 생길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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