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떠나도"..상반기 증권사 신용공여이자수익 '역대 최대'

거래대금 감소로 우려 컸지만 상반기 이자수익 '역대급'
1위 미래에셋증권, 2위 삼성증권, 3위 NH투자증권
전문가 "하반기에도 추세 비슷할 것"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8.18 11:59 의견 0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올해 초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은 뒤로 반년 넘게 3100~3200선에서의 횡보가 지속되자 피로를 느낀 투자자들이 하나 둘 시장을 떠나고 있다.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힘이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증권사들의 상반기 신용공여이자수익은 역대 최대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벌써 지난해의 3분의 2를 달성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59개의 증권사 중 상반기 신용공여이자수익이 공시된 곳은 29곳으로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총 1조285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479억원)보다 약 72%가량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전체 이자수익(1조7931억원)의 7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신용공여란 증권사에 예탁된 주식, 채권, 수익증권, 현금이나 매수·매도가 가능한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현금융자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이를 ‘빚투(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라고 쉽게 표현하기도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을 신용공여이자수익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거래대금의 감소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이자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은 상반기 상당한 이자수익을 냈다.

그 중 수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상반기 동안에만 21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4.6% 증가한 수치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1612억원, 1384억원을 벌어들이며 미래에셋증권 다음에 위치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81.9%, 84% 증가했다.

반면 이자수익이 감소한 곳도 두 곳 있었다. 신영증권은 상반기 5억2399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7억4729만원)보다 29.9% 감소한 실적을 냈으며 유화증권도 2억8775억원의 이자수익을 내 전년 동기(4억6221만원) 대비 37.8%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거래대금이 줄고 있지만 신용공여잔고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로 ‘레버리지 효과를 선호하는 개인들이 많기 때문’을 뽑았다. 레버리지 효과란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활용해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뜻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빚투의 특징은 레버리지 거래라는 것”이라며 “횡보장에서 수익률이 낮게 형성돼도 수익금을 더 크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일평균 거래대금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높게 형성됐던 부분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거래대금 감소와 빚투를 하는 사람들의 감소에 관계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어차피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람들은 길어봐야 2주 가량일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빚투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추세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인상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빚투는 금리인상에 상당히 둔감하다”며 “이미 증권사에 형성돼 있는 신용공여이자율은 시중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도 큰 틀에서의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증권사들이 빌려줄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 금액이 한계치에 다다르거나 테이퍼링 실행 등으로 주식시장에 자금 자체가 많이 사라지면 신용공여 사용이 줄어들 수는 있다”며 “이 경우에는 증권사들의 이자수익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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