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업계와 소통'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덕 볼까..사모펀드 제재심 이달 재개

오는 24·26일 제재심 개최..하나은행 2차 제재심 전망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 ‘문책 경고’ 중징계 사전통보
정은보 신임 원장 “업계와 소통할 것”..감독기조 변화 예고
피해자들 “피해자 양산..중징계 처벌 받아야”

윤성균 승인 2021.08.13 10:49 | 최종 수정 2021.08.13 15:06 의견 0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자료=하나은행]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심의가 이달 넷째주 재개된다. 하나은행 제재심이 미뤄지는 동안 새 금융감독원장이 선임되면서 제재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24일과 26일 각각 제28차·제29차 제재심의위원회가 잇따라 열린다. 지난달 22일 27차 회의를 개최하고 나서 약 한달 만에 재개되는 제재심이다.

구체적인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하나은행에 대한 2차 제재심이 안건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지난달 15일 25차 제재심에서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결과 조치안을 올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속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 기간동안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1500억원 ▲라임 계열 펀드 871억원 ▲독일 헤리티지DLS 516억원 ▲디스커버리 펀드 241억원 등 환매중단 펀드를 팔았다. 하나은행이 판매해 부실이 발생한 사례들 모두 제재심에 올랐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1차 제재심 당시 7시간 넘게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률대리인을 포함한 회사측 관계자와 검사국의 진술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날 지성규 부회장이 참석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심은 통상 3차까지 진행된다. 2차 제재심 진행 상황에 따라 3차 제재심 개최 여부와 일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심 일정과 관련해 통보 받은 내용이 없다”면서 “일정이 확정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하나은행에 대한 2차 제재심은 정은보 금감원장 체제에서 처음 열리는 제재심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 원장은 하나은행 1차 제재심이 끝난 이후인 지난 6일 취임했다.

업계에서는 관출신인 정 원장이 취임하면서 금감원의 감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금감원은 학자출신인 윤석헌 전 원장 체제에서 금융사들과 줄곧 대립각을 세웠다. 윤 전 원장이 취임 직후 키코와 즉시연금 등 해묵은 금융 분쟁의 해결을 요구하며 금융사들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는 금융사 CEO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신임 금감원장 체제에서 금감원의 변화가 이미 여러군데에서 감지된다. 우선 정 원장이 취임사에서 “사후적인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임직원들에게 금융시장과의 활발한 소통을 당부한 것도 눈에 띈다. 정 원장은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의 고충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장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소비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 분야 전문가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의 본분이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윤 전 원장의 흔적 지우기도 진행 중이다. 정 원장은 최근 임원 14명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금융시장과 금융산업 발전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향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임원을 대거 교체해 금감원의 변화된 감독방향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은보 원장이 취임일성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만큼 감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제재를 앞둔 금융사들도 기대감을 갖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사모펀드 관련해 이미 중징계 처분을 받은 금융사가 있는 만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하나은행은 5대 환매중단 사모펀드 가운데 4종을 판매해 피해규모 면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DLF펀드 사태 이후 라임, 디스커버리,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거의 모든 환매중단 펀드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며 “DLF 사례에 견줘 이번 제재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분명히 있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엄중한 중징계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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