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저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수명을 다한 배터리도 이제는 미래 신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배터리업체뿐 아니라 완성차업체까지 폐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2030년 20조원 규모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10여년 정도 사용하면 성능이 떨어져 새 배터리로 바꿔야 한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해 성능이 70~80%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19년 15억달러(약 1조6500억원)에서 2030년 181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전기차에서 회수한 폐배터리를 재정비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reuse)과 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recycling)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 포스코·LG엔솔·SK이노·두산중공업·영풍 등 사업 본격화
신사업 분야를 찾는 기업들은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2차전지 재활용 사업을 위해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회사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화유코발트는 광물 정제 관련 전문 기업으로 중국 저장성에 본사가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1200억원을 투자해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유럽 배터리 공장에서 분말 형태로 파쇄된 전기차 폐배터리 스크랩(블랙 파우더)을 들여와 니켈·리튬·코발트 같은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추출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폐배터리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 및 ESS(에너지 저장장치) 관련 오랜 기간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여러 자동차 기업과 협업을 통해 배터리 재사용 비즈니스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개발한 리튬 회수 기술을 활용한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및 니켈, 코발트 등 금속 자원을 회수해 이를 다시 배터리용 양극재 제조에 사용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폐배터리에서 탄산리튬을 친환경적으로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폐배터리의 내부물질을 열처리하고 증류수로 리튬만 분리한 뒤 전기를 가해 탄산리튬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연 1500톤 상당의 폐배터리 처리가 가능한 설비 마련을 추진하고, 여기서 순도 99%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영풍은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에서 건식용융기술을 통해 니켈, 코발트, 구리 등 주요 배터리 원료 소재 95% 이상을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영풍은 내년까지 건식용융기술을 기반으로 연간 전기차 8000대분인 배터리 2000톤 처리 규모 파일럿 공장을 우선 완공할 예정이다.
오는 2023년 이후 대형 플랜트를 건설해 연간 5만~10만대 전기차 배터리 처리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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