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판이 커졌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배터리 패권' 쟁탈전에 뛰어들면서다.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점유율 1위인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미국과 한국의 의지가 맞아떨어졌다.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으로 배터리 공급을 받고 배터리 제조사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 SK이노베이션, 포드와 블루오벌에스케이 설립
2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oint Venture)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키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명인 ‘블루오벌에스케이’는 포드의 파란색 타원형 엠블럼인 블루오벌(Blue Oval)과 SK이노베이션의 SK를 합친 것이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서 2020년대 중반부터 연간 약 6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생산 확대 여부에 대해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에스케이’는 총 6조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2025년경부터 미국 현지 합작공장에서 연간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전기 픽업트럭 약 6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따라 합작사가 투자하는 6조원,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 1, 2공장 3조원 등 총 9조원의 직·간접 투자를 한다.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 성장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6조원의 투자금을 포드와 어떻게 분담할지 밝히지 않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합작은 SK와 포드의 협력을 넘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구축 및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짐 팔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SK이노베이션과의 업무협약으로 향후 (경쟁 업체와)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핵심 요소를 수직계열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포드의 미래를 다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이번 협약으로 경쟁사인 GM(제너럴모터스) 대비 부족했던 배터리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 LG에너지솔루션-GM, 美 테네시에 두번째 배터리 공장
앞서 2019년 12월엔 미국 1위 완성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를 설립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5일 지분을 절반씩 출자해 단계적으로 2조7000억원을 들여 30GWh 이상 생산 능력을 가진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공장 외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조 단위 투자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40% 증가라는 초고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 바이든 "미래는 전기차..중국,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기차 경쟁에서 승리를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시간주 디어본 소재 포드 공장에서 열린 픽업트럭 전기차 출시 행사에 참석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라며 "지금은 중국이 이 레이스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최대 규모 전기차 시장이고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며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제조 규모가 크고 자신들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 레이스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며 "우리는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조3000억달러 인프라 투자계획 중 전기차 육성을 위해 1740억달러를 배정했다.
21일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와 함께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세계는 탄소 중립 등 친환경 정책에 발 맞춰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지난해 연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24%)이, 2위 LG에너지솔루션(23.5%)이 뒤를 바짝 쫓았다. 삼성SDI는 5위(5.8%), SK이노베이션은 6위(5.4%)다.
SNE리서치 김광주 대표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한국계 3사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CATL의 급부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고 파나소닉도 비록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장 입지는 유지하면서 국내 3사가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국내 업계가 지속적으로 기초 경쟁력 강화 및 성장 동력 정비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전기차 배터리가 한·미 경제동맹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간 경제 갈등의 양상이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단기간에 큰 시장으로 변할 것은 자명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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