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상대로 고금리 장사하나..증권사, 신용거래이자율 ‘평균 5.4%’

전문가 “이자율 너무 높아” vs 증권사 “우리도 할 말 있어”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5.28 12:00 | 최종 수정 2021.05.28 14:09 의견 0
증권사들의 기간별 신용공여이자율 [자료=금융투자협회]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증권사가 돈을 빌린 투자자들에게 받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평균 5.4%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공시돼 있는 증권사는 28곳이다. 이들의 평균 이자율은 5.4%로 가장 높은 곳은 7.5%의 이자율을 기록한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세 곳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3.9%를 기록한 신한금융투자였다.

하지만 위의 비율은 돈을 빌린 다음날부터 일주일 사이까지의 이자비율로 돈을 빌린 기간이 길어지면 투자자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주는 기간을 ▲1~7일 ▲8~15일 ▲16~30일 ▲31~60일 ▲61~90일 ▲91~120일 ▲121~150일 ▲151~180일 ▲180일 초과 등 9개로 나눠 기간별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첫 번째 기간인 1~7일의 평균 금리는 5.4%였지만 두 번째 8~15일 기간에서는 평균 금리가 6.49%로 1.09%p 상승했다. 이후 세 번째 구간에서는 7.03%, 네 번째 7.64%를 기록하더니 다섯 번째에서는 8.02%를 기록해 처음으로 8%를 넘겼다. 이후 여섯, 일곱 번째 구간에서는 8.4%, 여덟 번째에서는 8.5%, 마지막 180일 초과에서는 평균금리 8.4%를 기록했다.

증권사별 금리가 다양한 만큼 이자를 받는 방법도 다양했다. 28개의 증권사들은 현재 소급법과 체차법 등 두 가지를 사용하고 있다.

소급법은 마지막 상환시점 이자율을 전체 대출 기간에 적용시키는 방식이고 체차법은 각 시점에 맞게 단계별로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같은 9.5%라도 소급법 방식으로 빌리는 투자자가 체차법으로 빌리는 투자자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한다.

예를 들어 같은 9.5%의 이자율을 부과해도 소급법 방식을 적용하는 A증권에서 100만원을 181동안 빌리면 총 1만9835원을 이자를 내야한다. 하지만 체차법을 적용하는 B증권사에서는 기간별 이자에 따라 내야 하는 최종 이자가 1만9835원보다 줄어들게 된다.

소급법을 적용하는 증권사 중에서 이자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으로 각각 9.5%이다. 체차법을 적용하는 증권사 중 이자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9.9%의 이자율을 부과하는 부국증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 “이자율 너무 높아”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받는 신용거래 이자율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새롭게 발표된 시중금리가 연 0.5% 수준인데 현재 증권사들의 이자율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신용거래가 늘수록 이득을 챙기는 건 증권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다수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이윤 부문은 상당부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이윤 증가가 두드러졌다. 본지 취재 결과 10개 증권사들이 이번 1분기에 벌어들인 신용거래 이자액은 총 3414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1544억원) 대비 121.1% 증가한 수치다.

1분기 신용거래 이자이윤이 가장 많았던 증권사는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633억원의 신용거래 이자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227억원)대비 178.8% 증가한 수치다.

다음은 미래에셋증권이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신용거래 이자수익으로 619억원을 벌었다. 이는 전년 동기(261억원) 대비 137.1% 증가한 수치다.

신용공여 이자율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도 같은 기간(348억원) 26.7% 증가한 441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 “우리도 할 말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할 말이 있다는 입장이다.

소급법을 적용하는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이자율을 기록하고 있는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비은행 계열 증권사기 때문에 조달금리가 조금은 높은 편”이라며 “마진 확보를 위해서 타사 대비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도 “투자자 중 신용도가 높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비교적 금리가 낮은 1금융권으로 갔을 것”이라며 “반면 증권사에서는 주식을 담보로 투자금을 ‘바로’ 빌려주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신용거래융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 2분기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이자 부문 이익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액은 지난달 17일 사상 처음 23조원을 넘어선 뒤 잠깐 22조원 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23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최소 2분기까지는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이자부문 이익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건 결국 개인 선택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증권사가 신용거래 이자율을 어느 정도 조정해준다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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