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증권사들이 1분기 실적은 역대급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기부금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1분기 상황이지만 앞 다퉈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경영을 외치는 증권사들의 모습과는 상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중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을 제외한 8개 증권사에서 1분기 기부금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자기자본기준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4억9500만원을 기부해 전년 동기(15억985만원) 67% 줄어든 금액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외에도 이번 1분기 NH투자증권이 8397만원, 한국투자증권 7억445만원, 삼성증권 4억1750만원, KB증권이 6190만원, 메리츠증권 0원, 하나금융투자 1억1703만원, 대신증권이 5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전년 동기와 대비했을 때 이번 1분기 기부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대신증권(94.6%)이었고 그 다음은 KB증권(94%), NH투자증권(79.7%)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금융투자가 75.7%, 미래에셋증권 67%, 한국투자증권 61.4%, 삼성증권이 10.7% 감소해 그 다음에 위치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1분기 기부금이 0원으로 나타나 비율계산을 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가 대부분 ESG경영을 선포했고 1분기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에 기부금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증권사 대부분이 1분기 오히려 기부금을 줄이며 예상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을 채택한다는 것은 기업이 환경보호, 사회공헌활동, 윤리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거의 모든 증권사가 지난해부터 ESG경영을 외쳤는데 기부금은 오히려 줄이는 모습이라 ESG경영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들도 할 말이 있다. 기부금을 제외한 봉사활동, 기부활동 등의 활동은 따로 숫자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기부금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금액 부분에 잡히지 않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직접적인 기부방식보다는 다양한 봉사활동 형식의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지난 2007년부터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단체 ‘참사랑 봉사단’에서 매월 한 차례씩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사활동을 끝마치고 따로 기부도 하는데 이 부분은 회사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아 기부금이 0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B증권 관계자도 “올해 1분기와 전년도 1분기의 기부금 액수가 많이 차이 나는 이유는 지난해 1분기에는 KB금융그룹이 공동으로 사회공헌 기부금을 집행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1분기에 있었던 사회공헌 기부금 활동이 올해는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금 비율이 가장 많이 줄어들은 대신증권의 경우에는 담당자의 부재로 정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
반면 1분기 기부금이 오른 곳도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15억2889만원의 기부금을 내 전년 동기(3억693만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금액을 기부했고 키움증권도 전년 동기(4901만원) 대비 22.4% 증가한 6322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금투가 기부금을 전년 동기 대비 증액한 것은 ESG경영의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에 사회공헌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기부금에 많은 관심이 모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각 회사들이 기부금을 내는 시기는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분기보다는 1년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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