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논란으로 격화되고 있다.
3일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번 고발로 해외 법인을 통한 경영권 방어 전략의 적법성 여부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공정위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계 전반의 지배구조에 큰 파장이 예상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양측 공방, 탈법 출자 vs 법적 테두리 내 전략
영풍-MBK 측은 "최윤범 회장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내는 등 유례없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주주권과 자본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고발의 핵심은 최 회장이 SMC를 통해 고려아연 자금 575억원을 투입해 영풍 주식 10.3%를 취득, '영풍→고려아연→SMC→영풍' 순환출자 고리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해외 계열사는 국내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 직전 MBK의 경영권 장악 시도로부터 기업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 공정거래법 해석 따라 판결 갈릴 것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해외 법인을 통한 순환출자 구조가 공정거래법의 '규제 회피'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공정거래법 제21조는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금지한다. SMC는 해외 법인이라 명시적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제36조는 '누구든지 기업집단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포괄적 조항을 두고 있어 해석의 여지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 조문 해석에 따라 판결이 극명히 갈릴 것"이라며 "제36조가 포괄적 금지 조항으로 인정되면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 활용 전략이 근본적 수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해외 계열사 활용 첫 사례에 재계 촉각
이번 고려아연 사례는 2014년 순환출자 금지 규제 도입 이후 첫 해외 계열사 활용 사례다. 공정위와 법원의 판단이 재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는 "주목도가 높은 사안인 만큼 접수된 신고서 내용과 현행법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법상 해외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판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위법 판결이 나온다면 삼성·현대차 등 글로벌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들의 해외 지배구조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반면 합법 판결이 나올 경우,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다양해져 경영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기존 순환출자 금지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해외 계열사가 규제 대상은 아니나, 공정위가 법의 정신을 훼손한 탈법행위로 판단할 경우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재계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촉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