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겠네’..시름 깊어지는 중소 건설업계
미분양 쌓이고 줄폐업 이어져
PF우려 커지자 부실 사업장 정리 나선 정부
소규모 지역 건설업체들 “근본적인 체질 개선 필요”
박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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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0:18 | 최종 수정 2024.05.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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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요새 힘들죠. 지어놓은 것도 분양이 안돼요.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지어 놓으면 분양됐는데 요새는 미분양 물량과 함께 걱정이 계속 쌓이네요. 옛날 같지 않아요. 분양될 때까지 은행에 납부해야 할 이자만 눈덩이처럼 쌓이죠. 근데 또 손해 볼 순 없으니깐 분양될 때까지 버팁니다.”
28일 한 지역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금리와 원자잿값 인상,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인해 최근 파산 직전까지 처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나름 수도권과 지방에서 규모와 퀄리티 있는 빌라·오피스텔 등을 지어왔다는 그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많이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은 이 업체뿐만 아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많은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에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지역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법정관리행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229곳, 전문건설까지 총 1489곳이다.
분양보증 사고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분양보증 사고는 입주자 모집 후 계약까지 마친 신축 아파트를 약속대로 짓지 못하게 된 사고를 의미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4월까지 발생한 분양보증 사고 피해 규모는 4865억60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7.4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분양보증 사고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다. 지난해 분양·임대 보증사고는 총 10건, 사고액은 1조1210억원이다. 금융위기 직후 2010년(2조1411억원) 이후 최대치다.
크고 작은 분양사고가 이어지고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우량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에 금융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실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금융감독원은 PF사업장 사업성 평가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에 착수한다. 덩치가 큰 대형건설사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중소 건설업계는 강제로 사업장 정리를 해야할 수도 있어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부동산PF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워 ‘부실우려’ 판정을 받은 사업장은 상각 또는 경·공매를 통한 매각 절차를 밟게 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사업장들 은 우량으로 분류돼 자금이 더 원활히 공급될 수 있다”며 “부실 사업장이 구조조정 될 시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 건전성이 확대되겠지만 지방 건설사들의 경우 자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지역 건설업체들이 건설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공사 분할 발주와 지역 의무 공동도급 계약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업 등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공사현장을 관할하는 지역에 본점을 둔 지역건설업체 1곳 이상을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역의무 공동도급 제도를 설치해 두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준이 모호하고 지역건설업체의 기업 규모와 공사수행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곳이 많다. 이에 제도적으로 지역건설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구체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을 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형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현실적인 자금 지원책을 마련해 대형 건설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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