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을 위한 본격적인 선거 활동이 시작되기 전 유통·식품업계의 본격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이 관측된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유통·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눈치게임을 펼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기대선을 위한 본격적인 선거 활동이 시작되기 전 유통·식품업계의 본격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이 관측된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물가안정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달 빠르게 가격 인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KFC는 지난 8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 조정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6월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린 지 10개월만이다. 팔도 역시 지난 7일 일부 라면 및 음료 브랜드 가격을 이달 14일부터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산으로 업계 내 잇따른 가격 조정이 있었다. 원부자재를 비롯한 인건비와 환율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도 가중됐다.

올해 초 버거킹이 일부 메뉴 판매가를 100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써브웨이가 각각 2.8%, 3.7%씩 일부 메뉴의 판매가격을 올렸다.

소비자 지갑 부담을 덜어줬던 가성비 커피 브랜드들도 가격을 올린다. 올해 2월 컴포즈커피가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했다.

이달 21일부터는 메가MGC커피도 아메리카노(HOT)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리고 커피가 들어가는 일부 제품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아메리카노 샷 추가도 1샷당 600원으로 100원이 올랐다.

제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빵 96종, 케이크 25종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다. 뚜레쥬르도 3월부터 110여종 제품의 평균 출고가를 5% 가량 올렸다.

서민 식품인 라면도 개당 1000원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다. 농심은 지난 3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조정하고 총 56개 라면과 스낵 브랜드 중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이로써 신라면은 소매가 기준 1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오뚜기도 총 27개 중 16개 라면의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다. 오뚜기의 대표 라면은 용기면 기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짜슐랭은 976원에서 1056원으로 1000원 선을 돌파했다.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부담도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2.1% 올랐다. 이 중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2.4% 상승했다.

기업들도 고물가 및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 위축과 체감 경기 악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쇼핑 등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전분기대비 2포인트 하락한 75로 집계됐다. RBSI가 100 미만이면 전분기대비 소매유통업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응답 기업 중 절반(49.8%)은 2026년은 되어야 소비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으로 눈치를 봤던 업계는 본격적인 선거 활동이 시작되기 전 가격 인상 카드를 속속 꺼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6월 3일 조기대선일을 확정 지으면서 이달이 업계의 가격 인상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 압박으로 가격 인상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내수 부진을 수출로 타개했던 기업들의 타격도 리스크로 남아있어 수익성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