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꼬박 들어와 매력?..‘상가 투자’ 리스크 큰 이유

1분기 법원경매 매물 작년보다 79% 급증..낙찰률은 하락
대출이자에 잔금 상환 어려운 임대인 속출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30 09:46 | 최종 수정 2024.04.30 10:14 의견 0
올해 1분기 법원경매에 나온 상가매물은 5031건이다. 지난해 동기 2803건보다 무려 79% 급증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몫돈이 좀 있어서 주식을 할까, 코인을 할까 하다가 상가에 몇 년 전에 상가에 투자한 A씨. 그는 상가가 주택 수에 포함이 안돼 절세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2개를 사뒀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입주수요가 많이 줄었고 오히려 세입자들이 제시하는 월세의 반절을 깎아달라고 먼저 요구하는 상황에 골치 아프다. 부동산 사이클이 한 바퀴 돌면 다시 수요가 많아지겠지만 그때까지 가지고 있는 게 들어간 자본에 비해 수익률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되팔까 생각 중이다.

상업용 부동산, 흔히 상가라고 불리는 곳의 공실률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 인하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아파트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가격 방어에 한창인 가운데 상가는 경매에 나와도 헐값에 매각되고 있다.

30일 경매 전문 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매시장에 상가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법원경매에 나온 상가매물은 5031건이다. 지난해 동기 2803건보다 무려 79% 급증했다.

이에 반해 낙찰률은 2022년 29.2%에서 2023년 19.4%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는 18.5%로 더 하락했다. 낙찰률은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를 의미한다.

경매 시장에서 유찰을 거듭하면서 감정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각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효성주얼리시티 지하 1층 상가는 감정가 1억5200만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13차례 유찰됐고 988만원에 팔렸다. 이는 감정가의 6.5% 수준이다.

상가의 인기가 시들한 것은 전국 상가 임대가격지수로도 파악 가능하다. 한국부동산에 따르면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 결과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0.04% 하락했다. 소규모 상가는 0.13%, 집합상가는 0.07% 내렸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가 홍대 상권에서 퍼져서 젊은 사람들한테 핫플리이스로 여겨지는 곳이었는데도 예전만큼 발길이 많지 않아요"라며 “아마 온라인 많이 이용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수요가 이전에 비해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A씨 매장의 매출도 이전에 비해 70%가량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자연스럽게 고정비용인 임대료가 부담이다.

A씨는 “근데 임대료는 상권이 활성화된 시절에 계약서 상 체결된 금액이어서 맘대로 깎아달라고 말하긴 힘들죠”라며 “그래서 임대차 만료기한이 다가오면 임대인과 상의해 외곽이라도 자리를 옮기든지 해야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집합 상가 3.96%, 중대형 상가 3.18%, 소규모 상가 2.80% 등으로 나타났다. (자료=연합뉴스)

■ 대출이자에 잔금 상환이 어려운 임대인도 속출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난 매물의 경우 상가주인들이 은행 이자만 낼 수 있으면 저금리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는 상황이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미리 분양받고 입주시기가 도래했지만 임대차계약 체결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 셈법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소유한 현금이 있다면 이를 잔금으로 사용하면 되지만 애초 분양가의 70~80%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봤던 임대인들이 대출 한도가 이보다 적게 책정된 경우 적은 만큼 다시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은행권이 부동산 담보대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기조여서 부동산 담보가액과 담보평가가 조금 더 까다롭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상가 공실 리스크와 매출과 영업익 감소로 대출 한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통 도심 상가 또 신축상가인 경우 분양가 자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현금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경매시장에서 매물이 소화될 확률이 커진다.

이와 같은 리스크에 수도권 상업용부동산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해 9만5788건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24만8987건 대비 6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수익률도 높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집합 상가 3.96%, 중대형 상가 3.18%, 소규모 상가 2.80% 등으로 나타났다. 2022년 각각 5~6% 사이였던 것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이마저도 부동산원의 상가 수익률 통계가 대출금리를 반영하지 않아 이것까지 반영 시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가의 경우 최소 3%, 보통 5% 이상 나와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에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리스크가 큰 상가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임대인들은 상가 공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당장 임대료를 깎아주는 대신 매출이 오르면 그때부터 일정금액을 올린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마치 상가 정률제와 같은 것이다. 상가 임대료 산정방식 중 정률제는 상가 매출에 비례해 보증금이 올라간다. 반면 정액제는 상가 영업과는 상관없이 일정한 보증금 하에 임대료도 고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는 임차인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지만 영업 수익이 일정함에도 매출표를 임대인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 상황을 잘 모르는 임대인에게 무작정 월세를 깎아달라고 하는 경우다. 이를 임대인이 수용해도 한번 내려간 보증금을 향후 다시 높여서 내기 어려운 임차인들은 임대차계약서에 해당 사항을 기재하는 대신 구두로만 합의해 실행하고자 하기도 한다.

한 임대인 B씨는 “세입자가 어려워 보여 기존 월세보다 절반을 깎아주는 대신 임대차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이와 같은 구두상 합의는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해 와 어리둥절하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요새는 상가 정률제로 영업 상황에 맞게 임대료가 유동적으로 책정되면서 또 상가를 매도하면 발생하는 수익을 임차인과 나눠갖는 새로운 방식의 임대차계약이 생기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임차인도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임대인과 함께 윈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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