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해외자본 이탈 문제 없는 것 맞나..글로벌 IB 줄소송 움직임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1.12 12:02 의견 4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해외 자본 이탈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부 해외 기관의 개별 이슈를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줄소송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행된 이후 해외 자본의 본격적인 한국 증시 이탈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오는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특히 글로벌 주식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이 한국 주식 전산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 파장이 커지고 있다.

SSBT는 지난달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에 대한 기관 전산 시스템상 주식 대여 서비스를 내년부터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SSBT는 서비스 중단 이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국의 공매도 규제 강화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초대형 증권사 메릴린치가 내년도 한국 시장에서 대차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 목표치를 ‘없음’으로 설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외 IB들이 그간 금융당국의 강화된 공매도 규제와 단속에 피로감을 느끼고 본격적인 이탈 움직임을 보인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온다.

외신들도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연일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금융 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한국 증권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SBT의 한국 주식 일부 대여 중단과 메릴린치의 한국 시장 대차 서비스 내년도 수익 목표치 하향에 대해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SSBT의 경우는 전산 정비 때문에 대여 서비스가 일시 중단된 것이며 메릴린치의 한국 시장 서비스 수익 목표치 ‘0’ 설정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홍콩 등에서 글로벌 IB 등을 만나 공매도 한시적 중지 배경을 설명하고 전산 시스템 정비 필요성 등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글로벌 IB들이 고의가 아닌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내세워온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 한국법 체계를 설명하고 스스로 정비할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불법 공매도 주체로 적발된 글로벌 IB들의 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공매도 규제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불법 공매도로 38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ESK자산운용 등이 불복 소송을 내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이 조직적·관행적 불법 공매도 주체로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초대형 IB를 지목한 만큼 향후 소송 등 대립각은 더 거칠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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