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빗장 푸는 은행권..금리인하는 ‘글쎄’

은행, 새해 들어 잇따라 가계대출 제한 완화 조치
모기지보험 적용·생활안정자금 주담대 한도 늘려
주담대 증가 주범 지목됐던 인뱅도 영업 재개 기지개
대출 억제 기조 여전한 금융당국..금리 인하는 시기상조

윤성균 기자 승인 2025.01.08 10:3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새해 들어 은행권의 가계대출 제한 완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강도 규제의 원인이 된 총량 관리 목표가 리셋되면서 대출 여력이 생긴 덕분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대출 영업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금자동인출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들이 새해 들어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우선 2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일제히 재개했다. 모기지보험은 모기지보험은 주담대를 받을 때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한도가 줄어든다. 보험 적용이 재개되면서 서울 지역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1억원으로 묶여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2억원으로 늘렸다. KB국민은행은 2억원이던 한도를 없앴다.

전세대출 규제 역시 완화돼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해왔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관련 규제를 풀었다. 국민은행은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한 대출 한도를 해제하고 다른 은행 대환 용도의 신규 전세대출도 재개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제한도 대부분 풀렸다. 국민은행은 당초 비대면 대출을 막지 않았고 신한·하나·농협은행이 연말 연초 비대면 대출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을 제외한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신청을 재개했다.

대출모집법인 등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신청은 5대 시중은행 모두 재개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대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가계대출 제한 조치 해제에 동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1억원으로 제한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풀었다. 케이뱅크도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렸다.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상환하는 기간인 거치기간도 없앴다가 최대 12개월까지로 늘렸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푸는 것은 해가 넘어가면서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정책대출을 제외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2% 안팎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총량 관리에 여유가 생겼지만 가산금리 인하 등 조치가 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은행들은 지난해 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이날 5대 시중은행의 은행 5년물 기준 주담대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연 3.83~5.80%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말(3.65~6.05%) 대비 상단은 0.25%포인트 내렸고 하단은 오히려 0.18%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0.50%포인트 내린 것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나 시장금리 대비 주담대 금리가 높게 설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쉽사리 금리 인하 조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서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나서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부동산 시장도 상저하고(상반기 하락 하반기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초부터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기 보다는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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