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배구조..카카오, ‘시세조종 게이트’

SM 인수 시세조종 의혹 관련 김범수 전 의장 금감원 출석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구속 이어 주요 경영진 타깃
계열사 사업 확장 지적…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도마

김명신 기자 승인 2023.10.23 11:09 | 최종 수정 2023.10.25 08:36 의견 0
(사진=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카카오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주요 경영진을 향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칼날이 향하면서 지배구조(Governance)가 흔들리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금융당국에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흔들리는 카카오가 생존을 위해서는 경영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이른 바 ‘시세조종 게이트’가 카카오 전 계열사의 지배구조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 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범수 전 의장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통보를 받고 이날 금감원에 출석했다. 특사경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의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추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지난 19일 배 대표는 구속됐다. 특사경이 구속상태에서 수사해 10일 이내 검찰에 송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사경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3월 28일까지 SM엔터 지분을 39.87%(각각 20.76%·19.11%)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올해 초 SM엔터 인수를 둘러싸고 서로 공개매수 등으로 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가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뒤 카카오와 SM엔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 최대주주 ‘김범수 리스크’가 미칠 파장

김범수 전 의장은 카카오 지분 약 13%(특수관계인 포함 시 2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잇단 실적 부진과 사법 리스크 등 잇단 잡음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세조종 의혹 여파에 따른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 기소 전 단계인 만큼 카카오 경영진의 유죄 여부 판단이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영진이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 지분’ 처분 등 계열사 변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7.17%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물론 시세조종 관련자의 행위를 ‘법인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가 또 다른 핵심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 양벌규정(대표나 관련자가 법률 위반을 했을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 받는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느냐에 따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범수 전 의장 개인이 직접 카카오뱅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도 변수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연이은 국감 타깃 ‘무분별 사업 확장’…경영체계 변화 불가피

카카오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둘러싸고 잇단 국감에서 지적되고 있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카카오는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올해 국감에서도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골목상권 철수’ 비판이 이어졌다. 계열사를 점진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던 카카오가 최근 2년 반 동안 계열사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김범수 창업자가 약속한 ‘골목상권 철수’도 실제 이행 실적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44개다. 이는 2년 반 이전인 2021년 2월(105개)과 비교하면 37.1%(39개) 증가했다.

2018년 65개였던 카카오의 계열사는 전방위 사업 확장이 본격화하면서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국감에 불려 간 김범수 창업자는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강민국 의원에 따르면 김 의장이 감축을 공언할 당시 138개였던 계열사는 올해 2월(126개)까지 12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2월 이후에는 증가세로 돌아서 반년 만에 18개 늘었다. 철수가 확인된 골목상권 관련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포유키즈 장난감 도매업 2개뿐이다.

강 의원은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업종 철수나 계열사 감소 공언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수익 극대화만 치중하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 진출 업권별 독과점 실태 조사를 강화하고,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잇단 논란으로 위기에 몰린 카카오에 대해 경영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열사 대표의 ‘주식 먹튀’ 논란과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등 각종 사건으로 2021년 11월부터 2년간 5번의 경영진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공동체(그룹)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CA 협의체를 4인 총괄 체제로 개편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경영지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업),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위기관리)·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투자) 등 4명을 부문별 총괄 대표로 하는 CA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CAC(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에서 이름을 바꾼 CA 협의체는 지속 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계열사의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협의체 개편이 카카오 그룹의 위기에 따른 조직 재정비의 필요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실적 부진과 사법 리스크 등 카카오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내놓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집중되며 경영진의 자원이 분산되고 있다”면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SM 시세조종 혐의와 김범수 창업자의 가상자산 클레이 관련 횡령·배임 혐의, VX·헬스케어·모빌리티 자회사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문제 등을 거론했다. 특히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법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계열사 지적과 관련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계열사가 줄어들었는데 올해 초 SM을 인수하면서 계열사 25개가 추가된 부분”이라면서 “SM을 제외하면 계열사가 축소된 부분이 맞다. 2년 전 지적 받았을 때보다 3~40개 계열사 감소가 맞다”고 해명했다.

주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엄중하게 보고 있는 상황으로, 경영체계 변화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CA협의체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되거나 발표된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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