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 분쟁까지..‘갑질’ 카카오·‘먹칠’ 네이버

공정위, ‘웹소설 저작권’ 논란 카카오엔터에 과징금
네이버웹툰, 표절·유사성 논란, 혐오 표현 비판 제기

김명신 기자 승인 2023.09.25 14:2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국내 양대 웹소설·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잇단 논란으로 잡음에 휩싸였다. 네이버웹툰은 표절에 혐오표현 논란까지 더해지며 ‘관리소홀’을 둘러싼 지적을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계약을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억원 규모의 과징금 철퇴를 맞으며 법적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 카카오엔터, 신인·무명 작가 대상 ‘갑질 계약’ 잡음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 28명과 연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웹툰·드라마·영화 등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부여받는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보통의 공모전 주최 측이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해 ‘우선협상권’을 제시하는 것에 반해 카카오엔터는 ‘독점 제작권’을 요구한 것이 불공정한 거래라는 판단이다.

공모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인, 무명 작가들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웹툰부터 드라마, 게임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되는 웹소설의 특성상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하는 것은 상당한 권리침해라는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정위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포괄적인 양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저작권법령의 취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 등에 배치되고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도 벗어나는 불공정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로,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 역시 주목되고 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카카오엔터는 향후 3년간 공모전 당선 작가와 체결하는 모든 계약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물론 2차 저작물 수익 배분을 원작자와 나눈 점, 공모전 중 일부 공모전은 참가자 모집 단계에서부터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고 요강에 명시한 점 등을 둘러싸고 ‘갑질’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는 카카오엔터의 반격도 예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카카오엔터는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하며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했다. 카카오엔터 측은“법원에 항소해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실제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제재 조치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수익 배분’이 아닌 ‘권리 침해 문제’가 사회적 아젠다라는 점에서 앞으로 업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되고 있다. 신인, 무명 작가에 대한 해당 계약을 둘러싸고 ‘강제성 여부’도 쟁점 사안이 될 전망이다.

■ 네이버웹툰, 표절·유사성 논란에 혐오 표현 지적까지 ‘책임론’

네이버웹툰의 잇단 잡음도 문제다. K웹툰의 성장세와 맞물려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잇단 표절 의혹과 작품 속 인종차별 등 민감한 표현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최근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시행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업 2023’ 평가에서 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제치고 1위 기업에 선정된 쾌거를 올린 가운데 자사인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비판은 ‘신뢰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네이버웹툰 ‘여자를 사귀고 싶다’가 일본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표절 의혹으로 연재를 중단했다. 이어 15일에는 로맨스 장르 상위권 랭크작 ‘고백 취소도 되나?’와 일본 만화 ‘네 곁의 나’ 간 유사성 논란에 휩싸인 후 16일 돌연 서비스 중단 조치됐다.

표절과 유사성 논란에 이어 인종차별 논란까지 더해졌다. 네이버웹툰 월요일 인기 1위 작품인 ‘참교육’의 최신화 125화에 흑인 비하 단어 등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문제가 됐다. 해당 회차는 국내 공개 후 현지화 과정을 앞두고 있었지만 불법 번역본이 유통되면서 해당 내용이 그대로 노출돼 해외 팬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참교육’은 체벌 금지법 도입 후 교권이 붕괴하자 교육부 산하 교권 보호국이 신설되고, 해당 기관 소속 현장 감독관들이 문제 학교에 파견되는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네이버웹툰은 결국 북미 플랫폼에서 ‘참교육’(영어명 ‘Get Schooled’)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125화를 삭제한 뒤 장기 휴재에 들어간 상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참교육’는 해당 에피소드 삭제 후 휴재 중이며 미국 현지에서는 즉각 중단 조치에 들어간 상태”라면서 “향후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네이버웹툰의 표절, 혐오 표현 논란 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네이버웹툰은 플랫폼으로 그에 앞서 일차적으로 작가나 제작사의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이자 대형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둘러싼 역할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국의 웹툰 성장과 맞물려 외형 성장하고 있는 유통사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콘텐츠 플랫폼 입장에서 표절이나 유사성 논란 등과 관련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표절의 경우, 판단 기준 등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화 콘텐츠에는 표절 이슈가 상당한데, 논란이 생긴 후 들여다보고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재발 방지 위한 조치 보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란을 염두하고 창작자들에게 안내하고 신경 쓰고 있지만 모든 것을 검수하고 필터링한다고 하면 검열 이슈가 생긴다. 때문에 협의를 거쳐 작업을 진행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논란 문제점을 피해가기 위해 여러 조치와 노력으로 협의와 노력, 독자 모니터링단 등을 운영하고 있고 기술적으로도 보완 방법을 연구하고 병행하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무책임하게 모두 창작자의 잘못으로 보지 않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고려한 자체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