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내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묘수로 영국식 ‘챌린저 뱅크’ 도입이 제시됐다. 은행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동일한 목적으로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 이 자리에서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와 함께 영국식 챌린저 뱅크 도입 검토가 처음 공식화됐다.
챌린저 뱅크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소매금융을 디지털화하고 간소화하는 한편 기존 은행 대비 단순한 상품을 투명하고 저렴한 수수료에 제공함으로써 전통적인 은행에 도전하는 소형 은행을 말한다.
영국 금융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간 합병으로 과점 체제가 된 소매 은행부문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은행의 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인가 체계를 개편하면서 본격적으로 탄생했다.
‘유럽 최초의 위챗(중국 슈퍼앱)’이라고 불리는 레볼루트와 영국 디지털 뱅킹 총 사용 인구의 39%를 점유한 몬조, 영국 챌린저 뱅크 최초 흑자 전환에 성공한 스탈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챌린저 뱅크는 기존 은행의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효율적 운영 프로세트를 구축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대면 확인절차는 생략하고 개인영업, 기업영업, 주택담보대출업무 등 중점 업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레볼루트는 환전과 해외송금에 특화됐다. 2021년 12월 기준 전세계 1500만명의 고객과 50만개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30여개국 통화 환전을 지원한다.
신용카드와 협업한 선불카드 서비스로 출범한 몬조는 간소화된 소매 금융 서비스가 특징이다. 개인용 계좌와 소규모 기업에서 복수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공유 계좌를 제공하며 저축 상품 중개, 간편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해 고객 기반을 빠르게 늘렸다.
영국 3대 챌린저 뱅크 중 가장 최근에 출범한 스탈링은 명확한 고객군 확보를 위해 개인용, 기업용, 10대 전용, 달러·외화 전용, 공유로 구분된 5개의 계좌를 제공하는 특성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챌린저 뱅크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입지가 높아졌지만 시장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2018년 94%에 이르던 대형 은행의 개인 계좌수 점유율은 2021년 88%로 감소한 반면 챌린지 뱅크의 점유율은 1%에서 8%로 성장했다.
다만 챌린지 뱅크를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적고 주고객이 청년층이어서 예치금은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이미 은행업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챌린저 뱅크 도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낼지도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챌린저 뱅크가 IT 기술을 활용해 간소화된 소매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을 통한 금융 상품 중개 역할한다는 점에서 국내 인터넷은행과 차별점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 번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토스뱅크의 경우는 준비단계서부터 중신용자와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를 포용하는 챌린저 뱅크를 직접 표방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챌린저 뱅크를 지향하는 토스뱅크의 혁신성을 높이 평가하며 인뱅 설립 인가를 내줬다. 고승범 당시 금융위원장은 토스뱅크 출범식에서 축사를 통해 “토스뱅크는 혁신과 포용의 챌린저 뱅크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심대로 혁신적인 상품 서비스와 CSS(신용평가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금융소외계층까지 끌어안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챌린저 뱅크 도입이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얘기하는 챌린저 뱅크 도입은 결국 제4, 5의 인터넷은행 출범을 뜻하는 것 같다”며 “인가 문턱을 낮춰 수를 늘려봤자 인터넷은행간 생존 경쟁만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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