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경기 불황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증가세는 줄어든 반면 카드론 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카드업계의 수익성·건전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데이터사업 진출과 함께 트래블카드·애플페이 등 인기 상품 도입,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삼성카드(왼쪽)와 신한카드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키며 사업목적에 기업정보조회업을 추가했다. (자료=각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작년 중 지급카드 이용 규모는 일평균 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증가 폭은 2.1%포인트 감소했는데 이는 민간소비 증가세가 지난 2023년 5.1%에서 작년 3.2%로 둔화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지급카드 이용 증가세 감소는 카드사들의 실적 둔화에도 지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2024년 여신전문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익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는 반면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65%를 기록하며 2014년 이후 최악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카드사의 대출상품인 카드론 잔액도 지난달 말 기준 42조9888억원을 달성하면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카드론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금융으로 최근 들어선 카드사에게 신용판매를 대신할 수익처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신용자 대상 상품인 만큼 자칫 연체율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카드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대형 카드사는 대출판매 대신 신사업을 확장하며 수익구조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 중인 분야는 기업정보조회업인데 본업 외 데이터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된다. 이는 기업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가공해 제공하는 일종의 기업신용평가업무로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여신금융전문법 시행령을 개정해 카드사들도 겸영할 수 있게 됐다.

시행령 개정 이후 카드사들은 연초부터 기업정보조회업 진출 준비해 왔다. 이어 20일에는 삼성카드가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의 사업목적에 기업정보조회업을 추가했다. 신한카드 역시 25일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기업정보조회업을 명문화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애플페이와 트래블카드 같은 인기 상품을 출시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운영 중인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바탕으로 20·30세대 고객을 확보하고 신용판매 수익도 큰 폭으로 늘리자 대형 카드사들 역시 애플페이 도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등이 애플페이 서비스 연동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카드의 수수료율이 0.15%로 추정되는 만큼 비슷한 수준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애플페이 도입 시 무료 정책을 유지하던 삼성페이가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BC카드는 지난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일제히 출시했던 트래블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카드가 없는 가맹사인 지방은행·상호금융과 연계한 상품을 검토 중이며 출시 시 지방은행 고객은 기존에 사용하던 지방은행 계좌를 이용한 트래블카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 카드사 중심의 트래블카드 시장은 BC카드와 지방은행·상호금융이 포함된 형태로 재편될 전망이다.

업계 차원에선 결제 시스템 변화를 바탕으로 한 비용 효율화가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가맹점이 PG업무를 직접하고 직승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자 카드사도 결제부가통신망(VAN)사를 통해 이뤄지던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직승인 방식에선 결제 과정이 줄어드는 만큼 카드사와 가맹점은 관련 수수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결제 중계사업을 핵심으로 성장해 온 BC카드는 기존 노하우를 살려 카드사와 가맹점의 직승인을 연결해 주기 위한 중계 서비스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업황 환경이 장기화돼 카드사들도 최대한 이것저것 해보면서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해외결제 카드나 프리미엄 카드를 적극 출시하는 것 역시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해 상황을 개선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꼽힌 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