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출범 후 사실상 ‘반쪽 영업’을 이어온 토스뱅크가 새해 첫날 대출을 재개하며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선다. 특히 내년 은행권 중저신용자 대출 성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고도화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보유한 토스뱅크의 선전이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새해 첫날 일시중단했던 대출을 재개한다. 재개되는 상품은 토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대출 등 3종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최대 2억7000만원의 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마이너스통장도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앞서 토스뱅크는 출범 9일 만인 지난 10월 18일 대출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 권고한 올해 대출 한도 5000억원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해를 넘기면 대출 한도가 리셋되기 때문에 대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출 재개 이후인 내달 5일부터 조건 없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던 토스뱅크 통장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금리 조건을 변경했다. 1억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기존 연 2% 금리가 유지되지만 1억원 초과할 경우 연 0.1% 금리를 적용한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출범 간담회에서 연 2% 통장을 소개하며 “고객들에게 제약 없이 혜택을 돌려드리기 위해서 다른 은행들은 풀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문제를 풀었다”며 “앞으로도 이 혜택을 고객들에게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토스뱅크가 고객의 신뢰를 너무 빨리 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범 이후 사실상 반쪽 영업을 이어온 토스뱅크가 정상 영업을 재개하자마자 수신금리를 조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대출 중단 이후 역마진 발생 우려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에 반해 토스뱅크를 택한 소비자들로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토스뱅크는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통해 잃어버린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금융 소외 계층을 포용해 은행 문턱을 낮추는 것은 토스뱅크의 주요 출범 목표이기도 하다.
비록 올해 대출이 조기 중단됐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에서 28.2%을 기록하는 등 초기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각각 13.7%, 13.4%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특히 내년 은행권 중저신용자 대출 성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돼 토스뱅크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높아진 은행권 가계대출 문턱 때문에 금융 취약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중단될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그간 중저신용자 대출에 무관심했던 시중은행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가 필요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전업주의 원칙에 따라 아직 비금융 데이터 사용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토스뱅크는 고객의 동의를 얻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모델인 ‘토스 스코어링 시스템(TSS)’을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출범 초기 30%대에 근접한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TSS에 기반해 중저신용자에게 높은 대출 한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1금융권 신용평가 모형은 대출받고 상환능력 이력을 가지고 설계했던 금융데이터 중심으로 만들어져 이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지 않은 중저신용자들은 공정하게 평가 받기 어려웠다”면서 “토스뱅크는 증빙소득 외에도 지출 능력이나 다양한 청구서 납입, 현금, 시스템 모델링에서 발견되는 요소들을 상환능력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자영업자, 증빙소득을 내놓기 어려운 중저신용자에게 높은 한도로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 34.9%, 내년 말 42%, 2023년 말 44%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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