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임베디드 금융’ 확산 흐름을 타고 은행권의 혁신금융 서비스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신사업 진출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혁신금융 서비스 96건을 신규 지정했다. 이중 은행권에서 신규 지정된 서비스는 31건으로, 이는 과거 은행권의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추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증가세다.
5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판매비중 규제개선과 관련해 14건이 지정돼 가장 많았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생성형 AI 연계 서비스는 7건, 임직원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는 5건이 신규 지정됐다.
개별 은행의 제휴 및 신사업 진출을 위한 혁신금융 서비스는 5건이다.
KB국민은행은 SSG닷컴과 쇼핑몰 이용고객 대상 패키지형 금융 상품 서비스를 선보인다. SSG닷컴 쇼핑몰 이용 개인 고객과 사업자 고객을 위한 파킹 통장 개설이 핵심이다. 쇼핑 플랫폼 내에서 계좌 개설 등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쇼핑과 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대표적인 임베디드 금융 사례로 평가된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고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재화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혁신금융 지정을 통해 스타벅스 제휴 통장인 ‘KB 별별통장’을,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금융 플랫폼인 모니모와 협업한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선보인 바 있다.
신한은행은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이나인페이’와 손잡고 SOL글로벌 통장·체크카드 서비스를 도입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은행 방문이나 뱅킹앱 접속 없이 이나인페이를 통해 계좌와 체크카드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인이 금융 거래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고객 정보를 한국어로 입력하는 것에 착안해 이번 혁신 금융 서비스를 신청하게 됐다”며 “다국가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나인페이와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은행들은 자체 채널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그러나 임베디드 금융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더 많은 접점에서 고객을 만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은행들이 임베디드 금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빠르게 적응하며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베디드 금융으로 금융·비금융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며 “올해도 임베디드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확장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지정된 은행권 혁신금융서비스 중에는 클라우드를 활용한 생성형 AI와 SaaS 서비스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하나은행은 외부 생성형 AI를 내부 업무처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 금융 서비스 5건을 지정받았다. 이들 서비스는 데이터 분석, 고객 상담,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은행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BNK경남은행도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AI M365 코파일럿(Copilot) 사용을 골자로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았다.
이번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계기로 은행권의 혁신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플랫폼 간 협력과 생성형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확장이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