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자마자 ‘반쪽 영업’ 토스뱅크..당국 압박에 대응책도 ‘깜깜’

18일부터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 오픈
5000억 한도 소진으로 대출 신규 중단
연 2% 고금리 수신 상품만..건전성 우려
연내 증자말고 대책없나..“당국과 협의 중”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0.19 10:55 | 최종 수정 2021.10.19 10:56 의견 0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범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자료=토스뱅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토스뱅크가 연말까지 대출을 중단하고 수신 상품만 취급한다. 토스뱅크는 은행권 최고 수준의 혜택을 담은 여·수신 상품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여파에 연말까지 ‘반쪽’ 영업을 이어가게 됐다.

토스뱅크는 18일부터 사전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전 고객에게 대출 상품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스뱅크는 그간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 14일 남은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가입 서비스를 오픈했던 토스뱅크가 이날부터 신규 고객에까지 서비스를 열었다.

다만 신규 대출 상품 판매는 제외됐다. 금융당국이 토스뱅크 측에 권고한 올해 대출 한도 5000억원이 일주일여만에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비롯해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 비상금 대출도 모두 연말까지 취급이 중단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에 따른 조치로 일시적으로 대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대출 중단에 앞서 금융당국에 가계대출 한도를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려줄 것과 대출 총량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토스뱅크는 당초 이달까지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속도를 조절할 예정이었지만 서비스 전면 오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동안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에 따라 제한적 영업을 해왔지만 대출 중단으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출범 후 크게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누구나 대기 없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토스뱅크가 연말까지 여신 규모는 5000억원으로 고정된 채 연 2% 고금리의 수신 규모만 커지는 반쪽 영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이 대출 이자를 받아 예금 이자로 주고 남은 마진을 챙기는 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토스뱅크의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대출 상품만 취급했던 토스뱅크가 택할 수 있는 옵션 자체가 많지 않다. 전세자금대출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숨통이 트인 다른 은행들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토스뱅크도 내년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용평가모형만 갖추면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신용대출과 달리 전세대출과 주담대는 프로세스 구축과 테스트에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여신 확보를 위해 전세대출을 조기 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향후 대책에 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토스뱅크가 조기 증자를 통해 자본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뱅크는 향후 5년간 1조원 증자계획을 세워뒀다.

이에 대해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시장에서 높은 수요와 모객이 흥행할 경우 등에도 대비가 돼 있다”며 “서비스를 중단 없이 빠르게 더 큰 금액을 증자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주주사들과 사전 협의가 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토스뱅크 수입원이 예대마진이나 카드 수수료 정도일텐데 연내 증자말고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면서 “당분간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런 것처럼 고난의 시기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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