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LG CNS가 미국 공공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공모가 대비 16% 하락한 주가와 배당 논란 등 상장 초기 어려움 속에 북미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이 극복 과제로 떠올랐다.

LG CNS가 뉴욕시 '브루클린 아미 터미널'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를 생성형 AI로 구현한 가상 이미지 (자료=LG CNS)

뉴욕·조지아 스마트시티 계약 동시 체결..북미 교두보 마련

22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최근 뉴욕시 경제개발공사와 조지아주 호건스빌시에서 스마트시티 파일럿 사업 계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회사 측은 "미국 공공기관과 맺은 첫 계약으로, 북미 진출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프로젝트는 브루클린 아미 터미널에 전기차 충전소와 에너지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이 지역은 뉴욕시가 스타트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조성한 곳으로 '녹색경제 시행계획'의 일환이다.

LG CNS는 자체 개발한 '시티허브 빌딩' 플랫폼을 통해 충전소 운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사용자 앱으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조지아주 호건스빌시에는 도시 안전 강화를 위한 스마트폴이 설치된다. 조명 제어, 공공 와이파이, AI CCTV, 비상 호출 버튼 등이 통합된 다기능 가로등으로, 시내 중심가와 공원을 중심으로 구축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시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 CNS는 이번 파일럿을 기반으로 조지아주 인근 도시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신균 LG CNS사장 (자료=LG CNS)

상장 자금 활용한 해외 확장..주가는 조정 국면

LG CNS는 지난 2월 코스피 상장을 통해 약 4600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을 글로벌 사업 확장과 해외 M&A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IPO 목적 중 하나로 '글로벌 DX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을 명시한 바 있어 이번 미국 진출은 상장 이후 첫 글로벌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LG CNS는 향후 3년간 약 3300억원을 해외 IT 기업 인수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북미 외에도 인도네시아 신수도 프로젝트, 중동 스마트시티 사업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상장 초기 주가 흐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2일 기준 LG CNS 주가는 5만2000원대로 공모가(6만1900원) 대비 16% 하락했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장 직후 발표된 배당(주당 700원)은 기존 주주에게만 적용됐다. IPO 참여 투자자들은 제외돼 신규 주주들의 실망감을 샀다. 여기에 2대 주주 맥쿼리(23.2% 보유)의 보호예수 해제 후 매각 가능성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시장 진입장벽 높고 경쟁 치열.."현지화 전략이 관건"

북미 시장은 LG CNS에게 그룹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2023년 기준 LG CNS 매출의 60% 이상이 LG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어 외부 고객 확대가 과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현지화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시티 시장은 IBM,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등 현지 기술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각 도시마다 상이한 규제와 기술 표준이 존재한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 스마트시티 시장은 현지 레퍼런스가 중요하고 도시별 특성과 요구사항이 다양해 맞춤형 솔루션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미국의 조달 체계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 CNS는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소규모로 시작해 현지 시장과 기술 환경을 검증하고 실패 위험을 줄이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전략이다.

이번 뉴욕과 호건스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장할 기반이 될 전망이다.

현신균 LG CNS 대표는 "미국에서의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 사업은 LG CNS가 축적한 디지털전환(DX) 역량과 노하우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사례"라며 "미국 내 친환경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루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 CNS의 북미 시장 진출이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T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IT서비스 기업들의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이 40%를 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며 "LG CNS의 북미 진출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기술력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