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서비스, 하지 말라는 것”..당국 규제 ‘급발진’에 핀테크업계 당혹

보험·투자 등 일부 플랫폼 서비스, 미등록 중개행위 지목
24일 계도기간 종료 전까지 위법소지 해소해야..일정 촉박
금융당국-핀테크 업계 긴급 간담회..“규제 허들에 혁신 막혀”

윤성균 기자 승인 2021.09.09 11:29 | 최종 수정 2021.09.09 11:30 의견 0
카카오페이의 투자·보험 서비스 [자료=카카오페이 앱]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 금융플랫폼 업체들이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규제 발표에 발칵 뒤집혔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규제가 적용되는데 서비스 검토와 정비를 위한 시간이 촉박해 서비스 일시중단 등 조처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올해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중개 또는 자문하는 경우를 영업행위로 판단하고 법령에 따라 금융위에 등록하거나 인·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일부 금융플랫폼의 서비스가 금소법상 중개인지 여부가 논란이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플랫폼 서비스 중 ▲금융상품 정보제공 ▲금융상품 비교/추천 ▲맞춤형 금융정보 제공의 사례에 대해 중개에 해당한다는 사례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플랫폼 내에서 정보제공 뿐만 아니라 판매에 필요한 전자인증, 계약체결을 위한 송금 및 계약 내역 정보열람 서비스 등도 제공하는 것은 판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 소비자가 계약체결 당사자를 판매업자가 아닌 플랫폼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금소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플랫폼 업체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등의 플랫폼 서비스 대부분이 중개행위로 볼 소지가 있어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제시한 사례의 당사자로 지목된 카카오페이 측은 전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카카오페이 측은 “현재 자체적으로 또는 자회사를 통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제도적 요건을 준수하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있을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측은 투자 서비스는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이 관련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고 보험 서비스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옛 인바이유)가 관련 법령에 맞춰 사업을 전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토스 측도 자사의 보험 서비스의 경우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가 라이선스를 갖고 제공 중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토스 관계자는 “보험 서비스의 경우 플랫폼 내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당국 규제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업체의 주장이 금융당국 설득에 먹힐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적인 소비자가 플랫폼이 아닌 판매업자를 계약상대방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현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판매업자를 나타내는 글자크기 확대나 화면색깔 변경에 그칠 경우 위법상황 해소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금소법의 계도기간이 이달 24일까지인 만큼 법 위반 소지를 조속히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금융당국의 판단대로라면 플랫폼 업체가 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중개업 등록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 문제다. 통상 금융 라이선스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서류 준비와 심사에 수개월이 걸린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이달 추석 연휴를 감안하면 사실상 남은 시간은 일주일 뿐”이라며 “서비스 정비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후 플랫폼·핀테크 업계와 금융당국의 긴급 간담회가 열린다. 당국은 핀테크 업계의 우려가 큰 만큼 업계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보맵, 뱅크샐러드 등이 참여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업력에 이렇게 당황스러운 적은 없었다”며 “사업 전반이 걸린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당국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면서도 “금융 정보를 쉽게 설명하는 서비스들이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데 규제 허들에 걸려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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