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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징계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이 결정이 추후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과 그 동안 증권사들의 행보가 CEO 최종 징계수위를 낮출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지난 27일 손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징계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판결에 핵심으로 뽑은 것은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으로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부분이다.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령에 따르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어긴 금융사나 임직원에는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있지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를 어긴 주체에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라임·옵티머스 관련 제재 수위 확정이 안 된 증권사 CEO들의 징계수위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라임펀드 사태 제재심에서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는 '문책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옵티머스 사태 관련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가 내부통제 준수의무를 어긴 것에는 제재조치를 가할 수 없다고 못박음에 따라 금감원이 이들에게 징계를 내릴 때 고려했던 핵심 쟁점인 ‘내부통제 부실’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증권사들의 사후관리도 최종 징계 수위를 낮추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 신임 원장은 지난 6일 “금융회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시장친화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친화적이라는 단어가 핵심인데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금융회사를 너무 옥죄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지난 25일 인사청문회에서는 “라임 및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감독기관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해 금융당국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현재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피해자들과 합의를 어느정도 완료했고 대신증권도 최근 분조위를 통해 피해보상액을 산정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사후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금융위원회가 이를 최종결정에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조혜진 인천대학교 글로벌정경대학 교수는 “재판이나 진행 과정에 있어서 잣대가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손 회장이 받은 판결이 증권사 CEO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원회가 징계수위를 완화시키는 제스쳐를 취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봐야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당장 내부통제 관련 법 조항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겠지만 법령 아래에 조례나 규칙 등을 만들어 기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며 “시장에서 약자는 투자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은 개선해나갈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