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이미지 [자료=YTN]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금융당국이 대규모 환매 중단을 부른 '라임 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판매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5일 오후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부문 검사 조치안을 상정해 제재 수위를 논의한다.
■ 우리은행 '펀드 부실 사전 인지' 입장차 첨예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을,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의 책임 등을 물어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제재심에서는 라임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상품을 계속 판매한건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사전 인지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은행은 2019년 4월 9일 라임 펀드의 신규 상품 출시를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출시 중단 한 달여 전부터 펀드의 부실을 인지했는데도 수수료 때문에 예약을 받아놓은 펀드를 4월30일까지 계속 팔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9년 3월께 라임 펀드 판매량을 줄인 것은 판매금액이 상당 규모에 이르렀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조절한 것일 뿐 펀드 부실 우려를 인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 CEO의 '내부 통제 책임' 법적 근거 해석 논란
신한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로 CEO 중징계까지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놓고 금감원과 은행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경영진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법 조항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미이지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경우 '이중 제재'를 할 수 없어 내부통제 문제가 이번 제재심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손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중징계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도 제재심 대상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지주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복합 점포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 신한금융지주가 복합 점포 운영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주사 회장이 각 계열사의 영업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데도 일일이 관련 최종 책임을 회장에게 물을 수 있냐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금융사 지배구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근거로 은행 계열사에 대한 감독·통제 책임을 물어 조 회장을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소비자보호처, 제재심 참석..첫 감경 사례 나올지 주목
이번 제재심에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이하 소보처)가 참고인으로 첫 등장한다.
소보처의 의견 제시는 제재 양형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소보처는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피해구제 노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제재심 위원들의 몫이다.
소보처는 우리은행이 금감원 분쟁조정안 수락, 손실 미확정 펀드의 분쟁조정위 개최 동의 등 피해 수습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 100% 돌려주라'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락한 바 있다.
여기에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다른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우선 배상한 뒤 추가 회수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에 동의했다.
우리은행이 제재심 단계에서 소비자 보호 노력을 인정받아 제재를 감경받는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소보처는 신한은행 제재심에는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원금 50% 선지급 결정을 했지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지급만으로는 소비자 보호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보고 어렵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