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가입, 3일의 기회"..말 많은 '4세대 실손'에 보험업계-소비자 '눈치전' 팽팽

보험료 차등제 적용한 '4세대 실손' 다음달 출시
소비자 "가입 문턱 날로 높아져..얼른 들어야"
보험사 "의료쇼핑·손해율 탓..선택권 폭은 지킬 것"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6.28 15:36 의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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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다음달 도입될 '4세대 실손보험'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막판 눈치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상승하는 손해율을 바로잡기 위해 실손 가입 문턱을 높이고 판매를 속속 중단하는 통에 '실손 막차 잡기'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새 실손 '연착륙'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적잖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주요 보험사들과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실손보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달 1일 출시를 앞둔 4세대 실손보험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손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쓴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항목을 실비로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판매 기간에 따라 ▲1세대(2009년 10월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구 실손보험 ▲2세대(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 ▲3세대(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 실손보험 ▲오는 7월부터 판매되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나뉜다.

등장을 목전에 둔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에 간 만큼 보험료를 차등화한 것이 특징이다. 도수 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범위도 제한돼 병원 이용이 적거나 갱신 계약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선택이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손해율 악화'를 이유로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잇따라 거부하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단 우려도 공존한다.

현재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 ▲흥국생명이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취급할 계획이다. ABL생명은 실손보험 판매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또 다음달 1일 출범을 앞둔 신한라이프를 포함해 ▲미래에셋생명 ▲KB생명 ▲푸르덴셜생명 ▲KDB생명 ▲라이나생명 ▲AXA(악사)손해보험은 판매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 보험사는 3세대 실손보험 판매 역시 앞서 중단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AXA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3개사만 3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아울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손보사 대다수가 4세대 실손보험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는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꺼리는 보험사가 늘어난 이유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와 '생명보험사의 주종목이 아닌 것' 등을 가리켰다. 실제로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 행진으로 지난해만 2조5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소비자들은 보험업계의 이같은 실손보험 손질에 '막차 잡기'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3일 뒤 4세대 실손이 도입되면 전 세대 실손 상품으로 다시 갈아탈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30대 소비자 A씨는 "보험사들이 최근 실손 판매 거절하거나 점점 가입도 꺼리면서 까다롭게 심사하는 큰 이유가 손해율이 그만큼 높아 이윤을 추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즉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실손 상품이 충분히 좋다는 신호로 읽혀 가입에 서둘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주에 실비(실손보험) 들었다", "다들 빨리 들어야 해", "실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혜택이 별로인 것 같다", "나중에 보험사들이 전부 실손보험 안 판다고 하면 정말 망하는 거야", "실비 있어서 맘 놓고 병원 다닌다" 등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이에 대해 한 손보사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은 3세대를 지금 들어놓고 나중에 갈아탈 순 있어도 4세대가 도입된 후 전 세대 상품으론 돌아갈 수 없다보니 가입에 서두르는 것 같다"며 "기존 손해율 적자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실손보험 자체가 위기에 봉착한 건 맞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크게 좁힐 만큼 최악으로 치닫은 건 아니다"고 답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와 달리 실손 판매 비중이 높은 손보업계는 현재 실손 판매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손해율이 악화를 거듭하면 취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우려되는 것도 사실"며 "사실 이처럼 상품 손질에 보험사가 적극 가담하기보단 비급여 진료 부문에서 과잉진료나 과도한 진료비 책정 등 문제를 근본 개선하는 길이 실손의 취지를 살리고 소비자에 신뢰를 주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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