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크래프톤이 지난 15일 금융당국에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예상보다 높은 공모가, 연간 실적 단순 계산 등이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공모주식 중 구주매출과 관련해 논란의 목소리가 나왔다. 크래프톤이 모집하는 공모주 가운데 30.1%는 임원들이 내놓은 주식이라는 게 공시됐기 때문이다. 결국 임원들이 판 물량을 개미들이 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구주매출은 모두 임원진에게서 나와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이번 공모주식 규모는 총 1006만230주다. 이중 신주모집은 전체 규모의 69.9%에 해당하는 703만주, 구주매출은 303만230주다.
신주모집이란 회사가 새롭게 주식을 발행 하는 것을 뜻하고 구주매출은 일반 주주나 대주주가 이미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크래프톤 공시를 살펴보면 구주매출이 모두 임원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주주 ‘벨리즈원 유한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 276만9230주를 모두 내놨고 김창한, 김형준, 조두인 등 등기임원 세 명이 각각 14만주, 10만주, 2만1000주를 내놨다.
벨리즈원 유한회사는 크래프톤 초기 투자자였던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장병규 의장이 함께 설립한 사모투자펀드다. 업계는 해당 회사를 사실상 장병규 의장의 우호지분으로 꼽는다.
공모주 청약이 모두 완료되면 이들의 지분은 119만4685주로 줄어든다. 이는 기존 물량인 422만4915주의 18.3%에 해당하는 규모다. 크래프톤 임원들이 공모주 청약을 통해 개미들에게 물량 넘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 A씨는 “본인들이 예상한 가격보다 공모주 가격이 높게 형성돼 한 몫을 단단히 챙기려는 게 아니냐”며 “결국 임원들이 넘긴 물량을 개미들이 받아가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2017년 5월 유가증권에 상장한 게임회사 넷마블의 행보와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상장 전 구주매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구주매출은 한 주도 나오지 않았다.
■ 전문가 “투자자들의 합리적 판단 필요”
이와 관련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주매출이 전부 임원에게 나왔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어떤 시그널로 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주요 임원이 구주매출을 진행했다는 것은 임원들도 공모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제시된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분명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원은 그러면서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해 상한가로 마감하는 것)’을 무조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원은 “최근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따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사실 따상은 당연한 게 아니다”며 “외국계 증권사에 배정된 그래프톤 물량이 55%에 달한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 유가증권에 상장된 종목들 중 외국인 물량이 높은 종목 상당수가 상장 초반 외국인의 매도세에 힘을 못 썼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크래프톤도 그럴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크래프톤 “세금 납부, 대출금 상환 위해 불가피”
크래프톤 관계자는 "임원진의 구주매출은 스톡 옵션 행사로 인한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을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상장 후 장내 매각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어 구주매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은 개인적인 이유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남은 건 투자자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의 유가증권 상장은 수요예측과 청약이 완료된 뒤 7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총 2주간 진행된다. 이후 확정된 공모가를 기준으로 7월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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