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2년인데..영업점 '폭언금지 안내' 없는 증권사 여전

상위 4개 증권사 폭언금지 멘트 無
“법이 애매하게 기술된 것도 한 몫”

권준호 기자 승인 2021.06.15 14:37 | 최종 수정 2021.06.15 14:52 의견 7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폭언금지 안내가 부족한 증권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각 사]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지난 2018년 10월 감정노동자 보호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넘었지만 아직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4곳은 영업점에 ‘폭언금지 멘트’가 안내되지 않았다.

[자료=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1조의1에는 ‘사업주는 고객응대근로자의 건강장해를 막기 위해 고객에게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영업점 중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네 곳은 따로 ‘폭언 금지’ 안내 멘트가 나오지 않았다.

키움증권의 경우에는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 ‘고객의 전화내용은 녹음된다’는 안내멘트만 나올 뿐 ‘폭언을 하지 말아 달라’는 멘트는 따로 나오지 않았다.

반면 나머지 여섯 곳(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은 모두 폭언금지 멘트가 나왔다. 여섯 곳 가운데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영업점에 직접 전화해도 자동으로 고객센터에 연결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가 굳이 나서서 해당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로 ‘법이 애매하게 기술됐기 때문’이라는 점과 ‘해당 규칙을 어겨도 벌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을 뽑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1항을 보면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막기 위해 폭언 금지 멘트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적혀있는데 여기서 ‘주로’라는 단어가 상당히 애매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1항 첫 줄에는 '주로'라는 단어가 있다. [자료=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어 “증권사 영업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주업무가 ‘상담’이라면 폭언금지 안내 멘트를 꼭 넣어야겠지만 ‘주로’ 상담 업무만 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멘트를 안 넣은 것이 법을 어겼다고 판단하기 애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규칙 위반 시 따로 벌금부과가 없다는 점도 증권사들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해당 규칙 위반 시 벌금을 많이 부과한다면 증권사들 모두가 폭언 금지 멘트를 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현재 증권사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일부와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 모두는 폭언금지 멘트를 안내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직원은 “과거 상담하다가 고객이 폭언을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적이 있었다”며 “폭언 금지 안내 멘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증권사 직원도 “우리 회사에 안내 멘트가 안 나오는지 몰랐다”며 “최근 고객의 폭언을 들은 적은 없지만 안내 멘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폭언금지 안내 멘트와 관련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경우 대면업무 및 법인지원업무가 주요업무이기 때문에 감정노동자 보호 멘트는 생략된 것”이라며 “차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멘트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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