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1년여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치고 글로벌 빅파마 도약에 시동을 건다. 그간 신약개발 명가로 이름을 알려왔던만큼 한미약품그룹의 새로운 도전에 쏠린 시선이 많다. <편집자주>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주 故임성기 회장(자료=한미약품 홈페이지)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한미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신약개발 명가 재건에 나선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혁신적인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주인 故임성기 회장은 한국 제약산업의 신약개발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선구자로 꼽힌다.

故임성기 회장은 과거 “신약R&D는 나의 신앙이자 목숨과도 같다. 신약개발을 하지 않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R&D 투자에 진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1989년 로슈와의 기술 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로슈, 노바티스,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등 글로벌 제약 기업에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을 해외에 이전했다. 2004년 세계적인 고혈압 치료제인 화이자의 노바스크의 성분을 바꾼 아모디핀을 개발해 국내 개량신약 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을 목표로 비만·항암에 초점을 맞춘 R&D 역량 강화에 나선다.

최인영 R&D센터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R&D 중심 제약기업으로서 정교한 과학적 접근과 차세대 모달리티를 융합한 독자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거 선보이며 신약개발 경쟁력을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HM15275는 지난해 5월 미국 FDA로부터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자료=한미약품)

■ 비만 예방·치료 및 체중 관리에 이르는 전주기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축

한미약품은 인크레틴 과학에 대한 전문성과 연구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비만 예방, 치료 및 체중 관리에 이르는 전주기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먼저 HM15275는 글로벌 고도 비만 환자를 위한 삼중 작용제로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된다. 해당 물질은 지난해 5월 미국 FDA로부터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이달 임상 1상 환자 모집이 완료됐다.

HM15275는 현재 임상 3상 개발이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단일제)의 혁신을 이어나갈 차세대 비만 신약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lucagon, 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돼 있으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오랜 기간 동안 대사성 질환 분야에서 쌓아온 R&D 역량을 토대로 속도감 있게 임상 개발을 추진해 HM15275를 최단 기간 내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비만 관련 신약 HM17321은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신개념 비만 치료제다.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2) 수용체를 타깃해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자체 실험을 통해 비만 동물 모델에서 HM17321 투약 시 GLP-1 기반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제지방량과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차별성을 확인했다. 해당 자료는 지난해 6월 미국당뇨학회에 공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인영 센터장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을 이어갈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와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을 글로벌 학회에서 잇따라 발표하며 비만치료 분야에서의 선도적 입지를 확고히 구축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세계적 권위의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3년 연속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자료=한미약품)

■ 국내 제약사 중 연구 성과 발표 최다..다양한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 확장

한미약품은 세계적 권위의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3년 연속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항얌 분야에서도 R&D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 참가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다 건수인 11건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한미약품은 이번 AACR에서 ▲EZH1/2 이중저해제(HM97662) 2건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 2건 ▲MAT2A 저해제(HM100760) ▲SOS1 저해제(HM101207) ▲STING mRNA 항암 신약 ▲p53-mRNA 항암 신약 2건과, 북경한미약품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이중항체 플랫폼(펜탐바디) 기반의 ▲BH3120 2건 등 총 7개 신약 후보물질에 관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먼저 차세대 표적항암 신약 EZH1/2 이중 저해제(HM97662)는 표준 화학요법제와 병용 시 항암 효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연구 근거를 발표한다.

HER2 변이암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의 중추신경계 종양에 대한 항암 효력과 엔허투 내성 극복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한다.

작년 10월 첫 공개한 이후 화제를 모은 MAT2A 저해제(HM100760)는 이번 학회에서 PRMT5 억제제와의 병용 항암 효능이 공개된다. MAT2A 저해제는 암세포의 대사적 취약성을 표적으로 삼아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운 난치성 암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인 SOS1 저해제(HM101207)의 작용 기전, 약리 활성 등을 최초로 발표할 예정이다. 신호전달 연쇄 과정에서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 중 가장 치명적인 KRAS가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돌연변이와 상관 없이 SOS1 단백질과 KRAS간의 결합을 억제하는 효과를 알린다.

최인영 R&D센터장은 “한미약품 연구진은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정밀의학 기반의 혁신 연구를 심화해 나가고 있다”며 “EZH1/2, 선택적 HER2, MAT2A, SOS1 등 특정 암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고도화된 정밀치료의 실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