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최근 신규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딱딱한 증권사 리포트’ 대신 ‘쉽고 재미 있는 증권사 리포트’가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에도 여러 가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목의 변화다. 과거에는 웃음기를 뺀 정보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웃음과 정보전달 두 가지를 모두 신경 쓰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웃음을 강조하거나 눈에 띄는 제목을 지은 증권사 리포트는 수십여 개에 달한다.
첫 번째 유형은 유행어를 활용한 리포트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인터넷 산업을 분석한 리포트에 ‘인터넷-한국 빅테크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얼마 전 유행했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유행어를 패러디 한 것이다.
영화 유행어를 인용한 리포트도 눈에 띄었다. 앞서 소개했던 김 연구원의 리포트와 같은 날 나왔던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리포트에는 ‘CJ ENM 티빙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제목이 붙었다.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말은 지난 2019년에 개봉된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극중 아들이었던 최우식에게 한 대사로 한 동안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는 친근한 말투를 사용한 리포트다. 지난 1일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의 ‘현대미포조선 2022년 실적 보소’와 ‘한국조선해양 중간지주사 할인을 반영해도 쌈’의 두 종류의 리포트 제목에는 현실 친구에게 대하는 듯한 말투가 녹아있다. ‘~ 보소’, ‘~함’과 같은 말투는 최근 젊은 층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대화법이다.
세 번째 유형은 언어유희를 이용한 리포트다. 지난 4월 30일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 종목 분석 리포트에 ‘대우건설 1Q21 review: 실력으로 대우한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대우건설의 ‘대우’라는 글자를 뒤에 한 번 더 인용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증권사 리포트 제목은 죄다 딱딱한 것들뿐이었는데 요즘은 재미있는 제목들이 많아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1년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제목은 상당히 짧고 단순하다. 대부분 당시 연구원들은 리포트 제목을 자신들이 분석한 종목 이름으로 달았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를 분석한 리포트에는 ‘삼성전자’, 기아차를 분석한 리포트에는 ‘기아차’, 철강을 분석한 리포트에는 ‘철강’ 등의 이름을 붙였다.
딱딱하고 지루했던 증권사 리포트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던 건 2017년 상반기부터다. 2017년 1월부터 증권사 연구원들은 영화 제목이나 대사, 노래 가사 등을 패러디한 리포트 제목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해 1월 23일 채상욱, 황주희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한 ‘건설-하나금융투자 건설 WEEKLY: 좋은 집, 나쁜 집, 이상한 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같은 날 나온 이경수, 김동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리포트에는 가수 전인권의 노래가사를 인용한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1Q 이익 개선 가능성에 배팅’이라는 제목이 달리기도 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증권사 리포트 제목은 더욱 재미있고 길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종목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리포트를 작성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연구원들이 리포트 내용뿐 아니라 제목에도 신경 쓰고 있다”며 “현재 주식시장에 큰 관심이 쏠려있는 만큼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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